위폐 유통은 기정 사실화…제조여부는 여전히 불투명
美 정밀 인쇄기·특수잉크 등 수입주장
한국 상황증거일 뿐 결정적 증거 아니다
알렉산더 브시바오 주한 미국대사가 23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포럼에서 북한의 위조달러 제조 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정말 위조달러를 제조하고 있는가. 미국은 북한의 위폐 제조를 사실로 규정하며 공세를 높이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헛갈리는 상황이다.
알렉산더 브시바오 주한 미국대사는 23일 “우리가 북한의 위폐 제조에 대해 검증 가능한 구체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애셔 전 국무부 동아태 선임자문관은 “몇 년 전부터 북한 컨테이너에 대한 검색을 한국 등에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이런 언급들은 북한의 유죄를 전제로 해상검색 등의 압박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이 정교한 100달러짜리 위폐, 즉 슈퍼노트의 유통에 관여한 것은 사실로 굳어지고 있지만 북한의 제조 혐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은 북한이 달러화 제작에 쓰이는 스위스산 정밀 인쇄기, 시변색(視變色) 특수잉크를 수입한 점을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브시바오 대사는 이미 여러 차례“북한이 위폐의 제작, 유통에 관여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들 기자재가 ‘상황적 증거’일 뿐 ‘결정적 증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산으?추정되는 낱장의 위폐들이 발견되고 있으나 위폐 ‘전지’ 가 발견돼야 북한 당국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폐 제작 과정은 위폐 인쇄기를 통해 달러 지폐 50장짜리 전지를 만들고 이를 쪼개서 유통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논란이 있는 제조 혐의와는 달리 유통 혐의는 의문의 여지가 적다. 미국과 영국 사법당국은 올 5월 숀 갈랜드 북아일랜드 노동당수와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간 커넥션을 파헤쳤다. 미국은 위폐 유통의 총책인 갈랜드와 북한대사관이 주고받은 적나라한 내용의 팩스 등을 관련국들에게 제시했다. 미국은 북한이 위폐 활동으로만 매년 1,500만~2,000만 달러 이상을 벌고, 위폐를 포함한 마약, 가짜 의약품 제조 등 불법행위로 매년 5억~10억달러의 외화를 획득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의혹이 종결되려면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거나, 북한의 자백이 필요하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쉽지않다. 한국과 중국은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북미 양측이 격한 대립을 하는 구도가 전개될 수 있다. 어쩌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존재 여부를 놓고 북미가 3년간 대치했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이 경우 6자회담은 물론 한반도 안정구도도 흐트러질 수 있다. 그래서 진실게임이 장기간 계속되기보다는 북한의 제조 여부가 조속히 판가름 나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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