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창살 없는 감옥이라는 리커 스토어를 같은 자리에서 15년을 지켜냈다. 그 동안 꽃다운 내 청춘은 틈새도 없이 지나갔고 지금은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심심하게 살고 있다.
마침내 몸뚱이 하나 만을 남기고 모두 팔았기 때문이다. 가진 것 이리저리 모두 나누어주고 마음 마저 비우고 나니 세상은 맑고 마음은 깨끗하다. 지금은 한인타운의 작은 원베드룸 아파트에 살고 있다.
여전히 나는 하얀 쌀밥을 즐겨 먹으며 똑같은 침대에서 잠을 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파트의 앞집 뒷집 사통 팔방 모두가 한인들이다. 단절되었던 27년만에 한국인 문화권에 다시 진입해 들어 온 셈이다.
한인타운은 거리에 나가면 우리 한인들로 왁자지껄하다. 모든 게 편리하고 정겹다. 소주에 막걸리, 삼겹살에 순대국까지 토속적인 음식을 입맛대로 골라 먹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이발소도 가보고 마켓도 가봤다. 여긴 영락없는 한국이다.
언제 저렇게 많이 이민 왔는지, 정말 한인들이 많기도 하다. 나는 한인타운에 익숙해지면서 차츰 한인들과도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그들과 많이 달라져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와는 좀 동떨어진 태도와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비행기 고장으로 아프리카 정글에 떨어진 타잔은 문명과 떨어진 채 사자의 젖을 먹고 자라면서 사자처럼 행동을 했다는데 따지고 보면 그는 내 경우보다도 짧은 세월이 아니었나.
말하자면 나의 한국적 정서는 이미 27년 전에 유효기간이 지났으며 이제 긴 동면에서 깨어나 새롭게 발전된 한국적 문화에 익숙해지려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허나 난 왠지 늘 외롭다. 한인들과 맞대응 하기도 힘겹고 그렇다고 미국인도 아닌 어정쩡하다. 그렇다면 난 누구인가.
노영민/L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