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미니시리즈 ‘궁’ 11일 첫방송…
사극·현대극 조화된 드라마 종합선물세트
신데렐라 스토리, 사극, 로맨틱 코미디, 청소년 성장드라마….
드라마의 큰 줄기를 이루는 장르들이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한가지 또는 두가지 장르가 혼합된 드라마들만을 보면서 식상해 하는 시청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시청자들에게 오는 11일부터 방송될 MBC 새 수목미니시리즈 ‘궁’(극본 인은아ㆍ연출 황인뢰)은 반가운 선물이 될 듯하다. 그만큼 ‘궁’은 기존 드라마들과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궁’은 평범한 고교생이던 신채경(윤은혜)이 어느날 황태자비로 간택돼 궁궐에 들어가면서 겪는 일을 코믹하게 그린다. 그런 점에서 언뜻 신데렐라 스토리에 로맨틱 코미디를 결합한 드라마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궁’은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닌, ‘신데렐라 그 이후’를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화돼 있다. ‘어렵고 힘들게 살던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한 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닌,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한 후 어떻게 행복을 찾았습니다’가 이 드라마의 큰 줄기라는 게 인은아 작가의 설명이다. 고교생들이 어른으로 가는 과정을 담는 성장드라마의 성격도 이 드라마에는 포함돼 있다.
여기에 사극적 요소와 현대적 요소가 적절히 혼합된 점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만하다. 4일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20여분 분량의 ‘궁’ 시사물은 현재와 과거가 섞인 듯한 독특한 내용과 영상으로 재미를 느끼게 했다.
‘현대의 한국이 입헌군주제국가라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만큼 궁궐은 이 드라마의 주된 공간적 배경 중 하나다. 시대적 배경은 현대지만 황제, 대비, 중전, 상궁, 나인 등이 사극에서나 볼 수 있던 의상과 가체 등의 헤어스타일을 하고 등장해 궁중 용어로 대화를 한다.
그러나 궁궐 밖으로 카메라가 돌아가면 배경은 현대다. 평범한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고교생들, 사람들의 복장, 건물, 일반인들의 가정집 등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다 보니 궁중생활에 익숙한 대비(김혜자)와 첫 대면한 말괄량이 고교생 채경의 첫 대면은 과거와 현대의 격차를 느끼게 하며 재미를 전달했다. 진중한 궁중 용어를 사용하는 대비 앞에서 채경이 ‘열공’(열심히 공부), ‘대략난감’(대체로 어렵고 힘든) 등의 인터넷 용어를 마치 한자성어처럼 쏟아내는 장면은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드라마 ‘궁’ 화보 ▲ MBC 드라마 ‘궁’ 출연진인 송지효, 김정훈, 김혜자, 윤은혜, 주지훈(사진 왼쪽부터) 등이 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화려한 의상을 입고 맵시를 뽐내고 있다.
시대적 배경이 현대인 만큼 궁중 의상이나 궁궐 내부에도 현대적 요소가 가미된 것도 볼거리다. 의상의 경우 퓨전 한복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은 것도 있지만 혼례복이나 황실의 대외 행사 때 남자들이 입는 대당복 등 전통적인 의상, 한복에 서양의 미를 결합한 퓨전 한복드레스 등은 자체 제작했다.
자체 제작하는 의상 비용만 5억~6억원에 이른다. 황태자 신(주지훈), 황태자비 채경의 방 역시 현대적 요소의 가미를 위해 15억원을 들여 경기도 오산에 세트를 지었다.
‘궁’ 제작발표회 역시 기존 드라마의 행사와는 달랐다. 출연진과 제작진이 한꺼번에 들어와 앉는 여느 제작발표회와 달리 이날 행사는 효린 역의 송지효, 왕자 율 역의 김정훈, 주지훈, 윤은혜, 김혜자가 차례로 레드카펫을 밟고 입장해 포즈를 취하는 패션쇼 형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화려한 드레스의 송지효, 윤은혜와 달리 김정훈과 주지훈은 고종황제의 대당복을 복원한 의상을 입고 등장해 ‘궁’이 뭔가 다른 드라마임을 알렸다.
김은구 기자 kingko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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