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가 터진 지난 몇주 한국민들은 물론 미주 한인들도 실망하고, 가슴 졸이고, 분통 터트리기는 마찬가지였다. 10일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의 최종 발표가 나자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였다.
“(논문 조작을)예상은 했지만 그 정도였나. 너무 심했다”며 허탈해하는 반응, 혹은 “개 복제만이라도 사실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다”는 냉소적 반응. ‘단군이래 최대의 거짓말’에 농락 당하고, 집단으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얼얼한 충격은 모두가 공통적이다.
일반 한인들이 받은 상처가 그 정도라면 그 보다 좀 더 난처했던 사람들은 미국 직장에 다니는 한인들이었다. 특히 분야가 비슷한 의료계 종사자들은 주류 언론이 ‘황우석’ 이슈를 어떻게, 얼마나 크게 다루느냐에 따라 다음날 출근길 기분이 달라졌다. LA의 한 의사의 말.
“황우석 뉴스가 요란스럽게 보도되고 난 다음날 출근하려면 발길이 무거워요. 다른 의사들이 모두 그 뉴스를 화제로 삼을 게 뻔하기 때문이지요. 대화에 같이 끼여들기도 불편하고, 그렇다고 입다물고 있기도 불편하고 … ”
드러내놓고 이슈로 삼는 것 못지 않게 불편한 것은 침묵. 분명 진전 상황을 다 알고 있는 동료들이 한인들 앞에서는 입 다물고 있는 것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LA 지역 줄기세포 연구소에서 일하는 C박사의 말이다.
“연구소 직원들에게 황우석 사건은 아주 민감한 사안이니 (그들이) 모를 리가 없지요. 그래도 특별히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요. 하지만 상대방 태도를 보면 말 안해도 다 느껴지지요”
한인 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준비중이거나 제출해놓은 연구논문, 연구비 취득 신청들이 ‘황우석 파편’에 맞아 빛을 보지못하는 사태. “이름으로 국적이 드러나는 데다 연구 주제가 줄기세포라면 아무래도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를 그들은 걱정하고 있다.
반면 황우석 사태가 한가지 좋은 일을 했다면 세계 각국의 줄기세포 연구에 불을 지폈다는 것. 엘리베이터 타고 20층쯤 올라간 줄 알았던 과학계는 ‘모든 게 제자리’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단했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C 박사는 전한다.
“줄기세포 연구가 활기를 띄고 있어요. 특히 캘리포니아의 연구소들은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력들을 스카웃하며 연구 붐을 일으키고 있지요”
연방정부는 아직 관련 연구를 승인하지 않는 데 반해 캘리포니아는 줄기세포 연구지원 30억달러 공채 발행 주민발의안을 통과시킬 정도로 호의적인 것이 주된 이유이다. 한국 대신 이제 캘리포니아가 줄기세포 연구의 메카가 되지 않을까 - 가주 주민으로서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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