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목사(시인)
상큼한 인상인 금발 여인 하나가 이웃이다. 평소에 하이(Hi)하고 웃으며 지낸다. 집이 골목 끝이어서 가까운 이웃은 고작 세집뿐이니 피차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느 날 우리 집에 한 식구가 늘었다. 이름은 진돌이다. 진돗개가 수컷이어서 그렇게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교인 하나가 자기가 가게 때문에 돌 볼 수 없음과 우리 어린 아들의 개 키우고 싶은 마음이 어우러진 작품이 우리 집에 온 동기다. 1년 된 진돗개, 마치 암사자 같이 딱 버티
고 집 앞에 앉아 있으면 믿음직하기도 하고 고향의 연민도 느끼게 한다. 개가 영특하여 한국 사람은 짖지 않는다. 아마도 자기도 한국이 자기 고향임을 아는가 보다.
없는 살림 쥐어짜서 전기 울타리(Electric-Fence)를 목에 해 주었다. 좁은 집 속에 키우거나 줄에 매어 놓는 것이 안쓰러워서다. 집 주위 100 Feet(약 30m)는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다. 자기 분수도 아는 녀석이다. 아무리 갈비를 가지고 유혹을 해도 집안에 절대 들어오지 않는다. 주인
에겐 정말 충성을 다 한다. 한번은 진돌이를 데리고 아내가 산보를 하는데 어느 집에서 큰 개 한 쌍이 짖으며 아내를 공격하고 쫓아왔다. 그 순간 옆에 따라오던 진돌이가 앞에 딱 가로 막았다. 독일산 사냥개 두 마리와 결전을 각오한 것이다. 수컷과 막 아우러져 싸우는데 그 주인이
개를 부르고 아내가 안간 힘을 다해 줄을 끌어 불발로 끝이 났다. 어떻든 주인을 보호하는 것은 최고다.
진돌이에게도 문제가 있다. 가끔 우리 집 잔디밭에 똥을 눈다. 몇 번 주의를 주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그 때마다 소리가 커지고 약간의 채벌이 가해진다. 물론 하나밖에 없는 어린 아들에게도 잘못했을 때는 똑 같다. 그렇다고 잔인하게 대하지는 않는다. 교육 차원을 넘어설 필요가 없
기 때문이다. 어느 날 또 일을 저질렀다. 내 반응도 같았다. 그런데 가까이 있던 금발 여인이 고발을 했다. 경찰이 달려와서 주의 및 경고(Attention & Warning)를 하고 돌아갔다. 벌금딱지(50달러)가 날
아 왔다. 이제 난 요주의 인물이 된 셈이다. ‘동물학대자’ 이젠 진돌이가 똥을 누어도 개에게 굽실 거릴 판이다. 이 금발 여인에 나에게 “Hi, Mr. Kim, what happened?”(아저씨 무슨 일이예요?)라고 웃었더라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은쟁반에 금사과’이었겠지. 한마디 더하면 자기 작은 불독같이 생긴 개는 집안에서 운동을 안 시켜 살이 디룩 디룩 찌고 일을 보러 나오려면 뒤뚱대며 오리처럼 걷는데 그것은 동물 학대가 아닌가? 그리고 우리 집 앞에 매일 실례를 하고 가는 자기 집 개는 모른 척 해도 되는가? 자유스럽게 집에서 놀고 매일 주인과 공원을 달리며 산보하는 개. 내가 개라면 이런 집이 금발 여자 집에 사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할 것 같다.
이웃이 누군가? 지구촌 60억 인구 중에 가장 가까이 사는 자 아닌가? 그래서 예수께서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라 하시지 않았나? 땅 콩의 속껍질보다 더 엷은 사랑이라도 같이 나누는 것이 이웃이 아닌가? 지금은 하
늘나라에 가 있을 어린 시절에 보았던 영화에 나오던 오드리 헵번이 다시 보고 싶다. 헵번처럼 불우한 어린이를 위하여 아프리카는 못가도 가까운 이웃에게 뒤에서 뒤통수는 때리지 말아야지. 헵번의 아름다운 삶의 그림자가 이웃인 그녀에게 실루엣으로 드리운다면 이 겨울 잿빛 하
늘도 덜 을시년 스럽겠지. 그 금발 여인도 더 아름다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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