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 스타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 흔한 재벌2세나 불륜 코드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실타래처럼 뒤엉킨 출생의 비밀도 보이지 않지만 시청자들은 감동에 사로 잡힌다.
KBS 2TV 월화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극본 강은경, 연출 지영수)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이끌어 내고 있으며 시청률 경쟁에서도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
드라마는 I.Q 65의 지능발달장애 청년이 수술을 통해 I.Q 180의 천재가 된 후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스토리다. 높은 지능이 곧바로 인생의 행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유건, 김옥빈, 이종혁 등 신인급 배우들이 주축이지만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와 선전하고 있다. 16일 방송의 경우 10.1%(TNS미디어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 문정혁ㆍ엄태웅의 MBC ‘늑대’(15.4%), 김영현 작가ㆍ이병훈PD의 SBS ‘서동요’(23.0%)에는 밀린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아직 초반에 불과하지만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드라마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드라마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은 채 이처럼 담백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것은 우선 강은경 작가-지영수 PD 콤비의 호흡이 큰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두 사람은 2004년 말 고졸 출신으로 최고 그룹 후계자에 올랐다가 원위치를 선택해 돌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오! 필승 봉순영’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PD는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경쟁 드라마를 만들지 않겠다며 모든 것을 나에게 걸고 연기할 배우가 필요했다는 이유로 스타를 배제한 후 신인을 선택한 바 있다.
그는 강작가의 탄탄한 스토리 구성 위에 컬러 화면이 탈색되면서 과거로 넘어가는 독특한 회상 장면, 카메라 들고 찍기 등의 감각적인 촬영 기법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돋보이는 대목은 주인공 유건과 김옥빈의 신선한 연기다.
유건은 드라마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지능 낮은 장애인과 천재역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장애인을 연기했던 1, 2부에서 ‘연기가 아닌 것 같다’는 반응까지 이끌어낸 그는 3부에서 수술을 받은 후 머리가 좋아지는 과정도 무난하게 소화하고 있다.
3부에서는 I.Q는 132로 좋아지고 있지만 ‘감성은 미운 7살’인 복합적인 캐릭터를 선보였다. 덕분에 시청자로부터 ‘슬프고 감동적이며 특히 유건의 연기가 멋지다’(김향미) 등의 평가를 받았다.
SBS ‘하노이 신부’, 영화 ‘여고괴담4-목소리’에 출연한 김옥빈도 유건의 상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속내는 따뜻하지만 겉은 어설픈 사기꾼이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에 잘 녹아들고 있다 평이다. 자칫 가라앉을 수 있는 드라마 분위기에 활기도 불어 넣고 있다. 능수능란한 연기는 아니지만 풋풋하면서도 진실한 연기라는 느낌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지는 게 큰 장점.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와 드라마 ‘그린로즈’ 등에서 인상적인 악역을 연기했던 이종혁도 냉정한 천재 의사로 등장해 무게 중심을 잡아 준다.
지PD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안녕하세요, 하느님’은 1년 전부터 진심으로 준비해 온 드라마라고 밝혔다. 아직 드라마는 초반부이지만 그의 ‘진심’은 이미 시청자에게 상당히 전달되고 있는 듯하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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