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소리 사랑회’ 회원들이 판소리 연습을 하고 있다.
배에 힘을 주고 입을 크게 벌리고
“어~와 세상 벗님네들~”
젊은 선생님 서훈정씨와 판소리를 배우는 20여명
‘참소리 사랑회’만들어“
이국땅서 전통 호흡하니 심신에 활력이 넘쳐요”
“어∼와 세상 벗님네들∼”
정겨운 우리의 가락이다. 지난 화요일 저녁 타운의 반야사(939 S. Irolo St.) 반지하 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다.
어둠 속 희미한 불빛을 따라 찾은 방에는 10여명의 한인들이 모여 앉아 목청껏 소리를 뽑고 있다. 긴 머리를 뒤로 묶은 락커풍의 청년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중년 여성까지 각양각색의 모습이다. 배에 힘을 주고 입을 크게 벌리며 노래하는 모습이 진지하기 그지없다.
우리 전통소리를 사랑해서 배우고자 모인 사람들이다. ‘참소리 사랑회’란 조그마한 단체도 만들었다. 고유문화인 판소리를 통해 외국에서나마 한국의 전통 정서를 느껴보고 또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참소리 사랑회’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은 지난해 초. 한국에서 혹독하게 수련하기로 유명한 난석 이일주 선생의 문하생으로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 최우수상, 전주 대사습 학생부 금상, 춘향제 최우수상 등의 화려한 경력을 쌓은 판소리꾼 서훈정(35)씨가 LA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다.
평소 판소리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서훈정씨 주위로 모이면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참소리 사랑회’를 만들었다. 현재 20여명 수준까지 학생이 늘었고 서씨는 일주일에 두 번(화요일·일요일) 판소리를 지도하고 있다.
길게는 1년에서 짧게는 4개월까지 아직은 초보수준의 강습생들이지만 이들의 열성은 만만한 게 아니다. 악보가 있는 음악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라 모두들 녹음기를 들고 와 녹음한 후 다음 수업까지 수없이 반복해가며 듣는다. 심지어 잘 때도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자 배우자들로부터 방해가 된다며 항의도 여러 번 받는다는 설명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한국에서야 이들의 소리가 판소리인 것을 누구나 알고 인정해 주겠지만 서양인들이야 괴성(?)인지 노래인지 구분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라 어려움이 많다. 뒷마당에서 노래 연습을 하다가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경찰이 찾아오기도 했던 경험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부터 판소리를 배웠다는 마가렛 김씨는 “산에 올라가 폭포에서 소리 지르다가 도와달라는 신호인 줄 알고 레인저들이 출동하기도 했다”며 “내 자신이 한국 고유의 문화를 체득함으로써 아이들에게도 ‘우리의 것’이 중요한 것임을 알게 하는 좋은 계기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전라북도 고창에서 판소리를 자주 들으며 자랐다는 김정숙씨도 “어려서부터 참 판소리를 배우고 싶었다. 누구나 수업에 한번 오면 빠질 정도로 판소리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며 “하루 소리를 배우고 가면 너무 행복할 정도다. 웰빙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고 웃었다. 문의 (213)820-1990
서훈정씨가 판소리를 지도하고 있다. <신효섭 기자>
<박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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