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의 괴벨스는 언론 길들이기의 마술사였다. 언론은 정부의 손안에 있는 피아노가 돼야 한다. 이 한마디가 그가 언론을 어떻게 취급하려 했는지 단적으로 드러낸다.
아이러니하게도 괴벨스도 언론인 출신이었다. 괴벨스는 종종 그의 선동적인 연설을 통해 자신을 동료 언론인으로 생각하여도 좋다는 발언을 기자들에게 했다고 한다.
만약 반정부 신문들이 지금 신문발행을 금지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나는 그들과 동고동락한 동지라고 할 수 있다.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 괴벨스가 발행하던 ‘공격’이라는 제호의 신문은 논조의 과격성 때문에 무려 열다섯번씩이나 발행금지 당했다고 기록돼 있다.
괴벨스는 대학시절 글솜씨가 유려한 문학 지망생였다. 졸업후 유대인 언론사에 취업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는 당시 독일 언론이 유대 자본에 의해 장악돼 있기 때문에 자신이 좌절했다고 믿고 이들에 대한 원한을 철저히 키워 갔고 이후 결국 자신이 직접 언론사업에 투신하기도 했다. 그가 히틀러의 집권후 ‘제3 제국’ 선전부 장관을 맡으면서 언론을 마음껏 ‘잡들일 수’ 있었던 데에는 이같은 경험이 주효했다.
나치 독일 뿐만 아니다. 군부독재 시절 전두환 정권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언론 순치’ 정책을 폈다. 그 핵심에는 허문도 전 문화공보부 차관이 있었다.
C일보 기자 출신인 허씨는 1980년도 전두환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지금 3김씨나 최규하 대통령의 지도력으로는 나라의 장래가 불안하다. 힘을 바탕으로 한 새 질서가 창출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자칫하면 브라질이나 그리스꼴이 될지도 모른다며 전두환을 감동시켰다 한다. ‘主君’의 마음을 사로잡은 허씨는 새 질서 창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언론을 장악해야 한다라는 논리로 시종일관 했다.
’논객’ 강준만 교수는 ‘한국 현대사 산책’에서 이렇게 논한다. 허문도는 나중에 전두환이 중앙정보부장을 겸직할 때 그 비서실장으로 발탁되었고, 전두환이 11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따라 들어갔다. 전두환의 귀를 붙잡은 그의 권세는 막강했다. 무언가 자신의 주도로 한 건 크게 올려야겠다는 허문도의 야욕은 나중에 언론통폐합을 밀어붙이는 동력이 되었다.
이제 달라스 한인사회 얘기를 꺼내보자. 지역언론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작금의 형국이 심상치 않다. 새로 출범한 후 교포사회의 인준을 기다리고 있는 29대 한인회가 ‘언론 길들이기 마술사들’의 흉내를 내고 있는 듯 하다. 자숙과 겸허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온통 치졸한 회유와 술수가 판을 치고 있다.
언론을 장악해야 천하를 얻는다, 아니 언론을 장악해야 달라스를 얻는다는 논리를 몸소 궁행실천하려는 것일까? ‘바른 말’을 하는 매체들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는 커녕 아예 기자회견에 대한 정보도 주지 않는다. 전화 취재에도 성실하게 응하려 하지 않는다. 마치 니들은 몰라도 돼와 진배없는 태도다.
천보만보 양보해서 비판적 매체들에 대해서는 이른바 ‘괘씸죄’를 적용해 그같은 보도통제를 가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매일 아침 공기를 가르며 배달되는 신문을 기다리는 독자들은 뭐란 말인가? ‘괘씸죄의 볼모’라도 되어야 한단 말인가? 독자인 달라스 교민들을 ‘발가락의 떼’만큼도 못하게 생각하는 발상이다. 기자생활 18년에 처음 당해보는 참으로 해괴한 일이다.
고대 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 사건을 비롯해 동서고금의 거의 모든 지배세력은 항상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부단히 노력해왔다. 때로는 강압적으로, 때론 회유책을 써가면서.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쉽사리 잠들지 않고 ‘언론’이란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그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단언컨대 그 누구도 언론을 자신의 입맛대로 재단할 수 없다. 아니 하려 해서도 안된다. 만일 입맛대로 언론을 재단할 수 있다는 발상을 가지려 한다면 나치 독일의 ‘제3 제국’이나 군부 치하 한국의 ‘제5 공화국’으로 돌아가라. 신 새벽이 두려워 닭모가지를 비트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독자들은 ‘三流 언론 플레이’의 재물이 결코 될 수 없다.
<김영걸 편집국장>
*취재권역 확대에 따라 칼럼제목이 ‘텍사스 한국칼럼’으로 바뀌었습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