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어느 지점에 서 있나
정미경 외
매년 1년간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 소설 중 가장 주목받은 작품들을 심사하여 이상문학상을 수여한다. 30번째를 맞는 올해 이상문학상의 대상 수상작은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이며 이 작품 외에도 우수상 수상작 6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밤이여, 나뉘어라’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영화감독인 ‘나’는 함부르크에서 자신의 영화 시사회가 열리는 것을 맞아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옛 친구 P를 만나기로 한다. 미국 유명 병원의 외과의로 이름을 날리던 P는 돌연 노르웨이로 거처를 옮겨 신약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집에서 머무르는 3일 동안 자신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P가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황량하면서도 지독하게 아름다운 백야의 북구, 헤어나올 수 없는 절망 속에 소리 없는 절규를 외치는 뭉크의 그림 등 매력적인 환(幻)의 공간을 배경으로 이 소설은 빛과 어둠의 미학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에 자리한 욕망을 묘사하여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하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수상 수상작 구광본의 ‘긴 하루’는 CCTV 카메라에 의식을 부여한 우화서사의 구조를 보여준다. 현대사회의 축소판인 편의점을 배경으로 이성적 사유뿐만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성적 사유까지도 할 수 있는 의식을 가진 카메라를 통해 현대문명사회와 윤회사상이라는 이질적 주제의 접합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상 수상작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전경린의 ‘야상록’은 삶에서 죽음으로, 현실세계에서 몽환의 세계로 넘나드는 이미지를 교차시키면서, 순간이 만들어내는 기억의 지속성과 삶의 유한성이라는 모순적 아름다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매년 이상 문학상 수상집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데 그 이유는 동시대 인생길을 걸어가는 이에게, 작가들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어떤 길인지 예리한 필치로 깨우쳐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 지, 중심은 제대로 잡고 있는 지 등 한 권의 단편집은 많은 생각을 가다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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