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누구인가
23일 저녁 백악관 블루 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31일 퇴임하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의장을 위해 마련한 ‘최후의 만찬’이 열렸다. 그린스펀과 30년 친구인 딕 체니 부통령과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냈지만 부시 정권에서는 철저한 냉소 대상인 로버트 루빈이 나란히 자리잡았다. 1987년 8월11일 이후 18년 5개월 20일 동안 그린스펀이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동력인 폭넓은 인맥을 짐작할 수 있는 그림이다.맥체스니 마틴 주니어(1951∼70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장수 FRB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은 어떤 사람일까. 그의 본모습을 알아본다.
■악사에서 경제 박사로〓1926년 뉴욕에서 주식 브로커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그의 관심은 재즈 클라리넷에 있었다. 줄리아드 음대에 진학해 클라리넷을 전공했지만 중퇴했다. 거리 악사로 활동하다 먹고살기 위해 뉴욕 주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컬럼비아대에서 박사를 받았다.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 68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본부 경제 자문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경제 코가 발달〓자신에게 올라오는 보고서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자료를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집해 분석하는 경제관련 자료 생산 기관만 1만4,000여 곳이다. 그 중에서 주택건설업협회의 주택건설동향 자료와 12개 지역 FRB의 지역경제동향 보고서는 꼼꼼히 탐독한다고. 매일 아침 두 시간씩 목욕탕에 앉아 거의 모든 자료들을 분석한다고 한다.
30일 뉴욕타임스는 “그린스펀은 정부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 경제지표가 어떻게 움직인다는 것을 더 빨리 알아차리는 감각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사랑에는 달콤하다〓52년 첫 부인 존 미첼과 결혼한지 1년도 안돼 이혼해 혼자 살았다. 파티에서도 앞에 잘 나서지 않는 수줍은 성격이지만, NBC 기자 안드레아 미첼과 12년 열애 끝에 97년 71세 때 재혼했다. 결혼식 주례는 루스 베이더 진스버그 대법원 판사가 맡았다.
미첼은 남편을 “똑똑한 사람으로부터 도전 받는 걸 즐긴다”고 평했다.
■말의 힘〓96년 12월 활황이던 증시에 대해 그린스펀은 “비이성적인 활황”이라고 한마디를 했다. 증시는 하루 아침에 폭락했다. 이후 증시에는 ‘그린스펀 효과’라는 게 생겼다. “그의 지혜와 리더십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확신을 안겨줬다”며 그린스펀을 네 번째 유임시키며 한 클린턴의 2000년 평가가 이 모든 걸 담고 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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