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교류재단이 백남준씨로부터 10만달러에 구입해 LA한국문화원에 전달한 ‘피아노와 로봇(가칭)’중 피아노. <서준영 기자>
수년째 작품 창고속 방치
LA문화원 ‘피아노와…’등 관리 엉망
‘부러지고, 흠집나고, 고장나고…’
LA한국문화원(원장 전영재)에 비치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의 작품인 ‘피아노와 로봇’(가칭)이 애물덩어리 신세로 전락, 적절한 관리 없이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작품은 국제교류재단이 1993년 백씨로부터 10만달러에 구입해 LA한국문화원에 전달했었다.
이 작품은 비디오로 구성된 피아노와 로봇이 한 세트임에도 현재 피아노는 파손된 채로 1층 전시장의 윌셔쪽 입구에 ‘준전시’돼 있으며 로봇도 일부 브라운관이 고장난 채로 창고에 방치돼 있다.
LA한국문화원은 노후한 브라운관과 LD플레이어가 잦은 고장을 일으킨다고 말했으나 이 작품의 수리를 2년 넘게 백씨가 지정한 전문수리인에게 맡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A한국문화원의 벤 허 미술품 관리관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 한 채 방치한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1993년 작품이 문화원에 들어온 후 매년 1,000달러 정도의 수리비가 들 정도로 하자가 많고 현재 전시관과 어울리지도 않아 본국에 반납 절차까지 문의했었다”고 관리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러나 LA한국문화원은 작품이 만신창이가 된 데 대해 책임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 작품은 LA한국문화원이 리모델링시 작품을 옮겨질 때에도 일부가 이삿꾼들의 실수에 의해 파손됐으며 비디오가 상영되지 않은 채 파손된 모습으로 1층 전시관에 흉한 몰골로 전시돼 있기 때문이다.
허 미술품 관리관은 “이 작품을 놓을 적당한 장소가 없어 현재 위치에 있다”면서 “정식 전시가 아닌 준전시 상태”라고 밝혔지만 1층 전시관을 찾는 이용객들이 작품을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LA한국문화원의 부실 관리만 부각시키고 있다.
LA한국문화원의 전영재 원장은 “LACMA에서 백남준 작품전을 준비하며 이 작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작품 비치에 자부심을 드러냈지만 정작 LA한국문화원을 즐겨 찾는 한 한인은 “그게 백남준 작품이었느냐”고 되물을 정도로 안내문 조차 비치돼 있지 않다. LA한국문화원은 작품 수리 등을 거쳐 코리아센터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한편, LA한국문화원측은 본보 기자가 1층 전시장을 찾아 관리 소홀로 방치돼 있는 백씨의 작품을 사진 촬영하자 “문화원 허락없이 왜 사진을 무단으로 찍었냐”며 사진 삭제를 요청하고 “치외법권 지역에서 무단으로 사진을 찍었으므로 경찰을 부르겠다”며 기자를 위협했다.
짝을 잃은 백남준씨의 작품 ‘피아노와 로봇’중 ‘피아노’ 위에 망가진 부품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이석호 기자>
■한인문화계 애도
불후의 유작… 추모전 마련
“당신은 가도 당신의 예술, 창조의 예술 혼은 계속 빛을 발할 것입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74)씨가 29일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주한인 문화계는 상실감에 사로잡힌 분위기였다.
백남준씨의 타계 소식을 접한 UC어바인 민영순 교수는 “백남준씨는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후세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불후의 유산을 남긴 예술가”라며 “그의 작품은 기술적인 혁신뿐만 아니라 대담한 위트로 표현된 미디어와 퍼포먼스의 독창적인 응용이었다”고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앤드류 샤이어 갤러리는 오는 5월 사진작가 임영균씨의 화보집 출간기념 ‘백남준 인물사진전’을 기획하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했다. 백남준씨가 LP판에 직접 그린 ‘TV 도깨비’ ‘남대문’ 등 작품 3점을 소장하고 있는 메이 정 큐레이터는 “중앙대 사진학과 임영균 교수가 1980년대 뉴욕 유학시절 백남준씨의 작업실에서 찍은 예술가의 자연스런 모습을 담은 사진작품들을 전시하기 위해 ‘백남준 사진전’을 준비하는 와중에 타계 소식을 접했다”며 “이번 사진전이 추모전의 형식으로 바뀌게 되어 안타까움이 더하다”고 밝혔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씨의 흔적은 남가주 곳곳에 남아있다. LA 한국문화원이 고인의 설치작 ‘최초의 디지털 작곡가 스캇 조플린’(Scott Joplin as the First Digital Composer) 등을 소장하고 있고, LA카운티 뮤지엄이 백남준씨가 성조기를 묘사한 설치작품 ‘비디오 플랙 Z’(Video Flag Z)를 소장하고 있다. 특히, LACMA는 뮤지엄 보수공사가 끝나는 대로 이 작품을 눈에 띄는 공간에 전시할 계획임을 언급한 바 있다.
앤드류 샤이어 갤러리 메이 정 큐레이터가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백남준씨의 LA판 작품 3점을 보여주고 있다. <진천규 기자>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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