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CEO 100인전’목표 사진작가 이은주
사진 한 장이 그 사람의 일생을 말하는 수가 있다. 책 한 권 분량의 일생을 이미지 한 컷으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 사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굵은 주름이 잡힌 촌로의 흑백사진 한 장에서는 한 평생 흙의 논리에 순응하며 살아온 농부의 일생이 읽혀지기도 한다. 이은주는 그런 인물을 주로 찍는 한국의 중견 사진작가다. 서울서는 지난 2003년 프레스센터 갤러리에서 열렸던 ‘이은주가 만난 108 문화예술인전’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전시회에는 지난 80년부터 23년간 작가가 만났던 강수진, 정경화, 장민호, 이왈종 등 한국의 대표적 예술혼들이 내걸렸다. 그런 그가 지금은 미주 한인사회의 경제리더들을 집중적으로 카메라에 담고 있다. 지금껏 찍은 사람이 28명, 앞으로 100명을 채우겠다고 한다. ‘미주한인 CEO 100인전’이 목표로 그로서는 문화예술인에 이은 계속적인 인물탐사다.
“몸에 밴 검소함·부지런함 등
감춰진 마음까지 담아내려해”
1차 완성분 28명 지난달 전시
이은주는 인물을 오래 하다보면 반 관상쟁이가 된다고 한다. 얼굴에서 감춰진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 1년반 새 LA, 뉴욕, 애틀란타 등 미 8개 주에서 만났다는 한인 CEO들은 어떤 모습으로 비쳐졌을까.
그는 성공한 한인 사업가들은 검소하고 부지런한 것이 공통점이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깨 힘도 빠져 있었다. 검소함이 지나쳐 왕소금 인상을 풍긴 이도 없지는 않았으나 이민와서 성공한 사람은 뭔가 달라도 다른 점이 있더라고 한다.
“아직 60년대식 양복을 입은 사람도 있더군요. 그 분들을 만나면 알게 모르게 몸에 밴 미국정신이 느껴져요. 한국과 미국의 좋은 점이 합쳐졌다고 할까요.”
그는 이 작업을 위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일정으로 모두 4번 미국에 와 촬영을 했다. 아쉬운 것은 시간이었다. “자, 바로 서세요. 카메라 보시고, 김치~”하며 짤칵 찍을 수 있는 것이 인물사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생담도 듣고, 우스개도 하면서, 인간적으로 친해져야 좋은 사진이 나오지만 그러기에는 항상 시간이 쪼들렸다.
그런 가운데서도 일차 완성된 경제인 28명의 사진은 지난주 윌셔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미주한인 경제컨퍼런스장에 전시됐다. 앞으로도 이 작업을 뒷바라지하고 있는 한미경제개발연구소(회장 잔 서)가 추천하는 미주 CEO들을 계속 앵글에 담아 전시도 하고, 책으로도 펴낼 계획이다.
미주한인 중 하필 성공한 비즈니스맨들을 피사체로 정했느냐고 묻자 “원래 미주에서도 예술인을 찍고 싶었다. 그러나 장르별로 사람을 선정하고, 촬영섭외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미경제개발연구소측과 뜻이 맞았다”고 설명한다.
미주 한인 CEO 100인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벌써 2년 후가 기대된다. 하지만 작가 이은주가 미주 CEO들에게 받았다는 개인적인 인상과, 그의 사진이 말하는 인상은 별개의 일로 여겨진다. 사진에 담긴 경제인들의 얼굴에서 무엇을 읽을지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작가에게는 이것이 가장 부담스런 부분이 될 것이다.
<안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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