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은 과연 神보다도 강한다
만평 파문 ‘표현의 자유’ 논란 확산
유럽 언론 정교분리 사회선 당연…일부선 서구 이중잣대 비난 목소리
마호메트 풍자 만평을 계기로 언론의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인가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상당수 유럽 언론들은 표현의 자유를 들어 “신도 자유롭게 풍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미국 등 여타 언론들은 “이번 만평 사태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만평 사태는 덴마크 일간지 율란츠 포스텐이 이슬람과 테러리즘을 동일시하는 듯한 12컷의 만평을 그린 것으로 촉발됐지만 최근 유럽의 12개 언론사가 또다시 만평을 게재하면서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됐다.
프랑스 일간인 프랑스 수아르는 “신을 만화로 그릴 권리가 있다”며 “정교가 분리된 사회에선 종교적 독단주의가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만화를 실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도 “종교는 반드시 존중돼야 하나 자유롭게 비판되고 조소의 대상도 될 수 있어야 한다”며 300년 이상 계속돼온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다.
독일의 디 벨트는 “가장 신성한 대상도 풍자할 수 있다는 점은 타협할 수 없는 우리 문화의 핵심”으로, 스페인의 일간 라 방구아르디아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시금석”이라며 종교적 신성함보다 표현의 자유가 우선함을 강조했다.
이런 서방 언론의 주장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자유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방 언론이 유대인을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것에는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정작 이슬람을 모독하는 것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들이대는 것은 이중적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유럽에서는 반 유대 활동은 투옥까지 시킬 수 있는 법을 가진 국가가 있으면서도 반 이슬람은 괜찮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로마 교황청도 “사상ㆍ표현의 자유가 종교적 감정을 훼손할 권리까지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영국과 미국의 언론은 상대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모하메트를 자살 폭탄과 연관시킨 만화는 선동적”이라고 지적한 뒤 “가령 히틀러 동조자들이 기독교 이름으로 사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해서 나치 제복을 입은 예수를 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유력 언론들도 “이번에 문제가 된 마호메트 만평까지 굳이 실을 필요가 없다”며 만평을 게재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만 지난주 주말판에 만평을 실었다. CNN, ABC, NBC, CBS 등 미국의 방송들도 마호메트의 얼굴을 흐리게 처리하거나 아주 짧게 보도하는데 그쳤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