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야망
[TV 베스트] 리메이크 ‘사랑과 야망’ 성공의 열쇠
20년 만에 리메이크돼 지난 4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SBS 특별기획드라마 ‘사랑과 야망’(극본 김수현ㆍ연출 곽영범)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박태준 역의 조민기였다.
인간미 없어 보일 정도로 냉철하고 이성적인 듯하면서도 김미자(한고은)에게만은 한없는 사랑을 하는 조민기의 연기는 과거 원작 드라마에서 이 역할을 맡았던, 지금은 고인이 된 남성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고인 되살아난 듯 태준 역할 잘 소화
이훈·한고은 아쉬운 연기에 비해 빛나
그만큼 조민기의 연기는 20년 전 ‘사랑과 야망’이 70%를 웃도는 회당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는 데 한 축을 담당했던 남성훈에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리메이크된 ‘사랑과 야망’이 첫주 방송에서 TNS미디어코리아 전국기준 14.1%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드라마 중 시청률 2위로 출발할 수 있었던 데는 조민기의 몫이 컸다.
20년 전에 이어 다시 한번 이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곽영범 PD는 지난달 과거 출연진과 현재 출연진 중 가장 비슷한 분위기의 연기자로 남성훈과 조민기를 꼽았다. 남성훈과 친구였던 곽영범 PD는 조민기의 걷는 모습이나 구부정하게 서 있는 모습에 “세상을 떠난 친구가 다시 나타난 것 같다. 99% 비슷하다”고 까지 했다.
‘사랑과 야망’ 1~2회에서 어려운 가정환경, 뜻대로 풀리지 않는 사랑 등으로 인해 세상에 대한 불만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이를 절제해 표현하려 한 조민기의 연기는 그런 곽영범 PD의 평가가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듯했다.
그러나 리메이크된 ‘사랑과 야망’은 조민기를 제외하면 적잖은 아쉬움을 갖게 만들었다. 우선 또 다른 주인공인 태준의 동생 태수 역의 이훈이나 한고은의 연기가 그랬다. 이훈은 껄렁껄렁한 모습으로, 한고은은 연인 태준과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듯한 연기로 각각 극중 캐릭터에 자신의 색깔이 묻어나는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훈은 과거 이 역할을 맡았던 이덕화와 비교해 무게감이나 카리스마가 떨어졌다. 한고은의 감정이 북받친 상태에서 내뱉는 부정확한 대사 처리도 조금 거슬렸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시대적 배경이 60년대에서 출발한 점은 중년 시청자들에게는 어려웠던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지만 젊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잡아 끌지 못한 듯하다. 4일 첫 방송 이후 이 드라마의 인터넷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시청소감 등의 글이 450여건밖에 올라오지 않은 게 이를 방증한다.
제작진은 “빠른 스토리 전개로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겠다. 이 드라마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부모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 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으나 10~30대가 주류인 인터넷 세대들은 이를 외면한 것이다. 20대 후반의 한 시청자는 “분위기가 어둡고 현재와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혹평도 했다.
리메이크된 ‘사랑과 야망’이 당초 목표였던 시청률 40%를 넘기 위해서는 먼저 중년 시청자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민기가 다른 연기자들을 이끌고 나가야 할 듯하다. 그런 점에서 조민기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
김은구 기자 kingko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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