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인스입니다.” 서툴지만 첫마디는 분명 한국말이었다. 미 프로풋볼리그(NFL) MVP 수상 이후 한국 언론과의 첫 공식인터뷰를 하는 영웅 하인스 워드(30)의 얼굴은 기대와 놀라움으로 상기돼 있었다. “한국인의 사랑과 관심이 뜻밖이지만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생애 처음 누리는 온갖 관심과 광고 촬영, 토크쇼 출연 등 쏟아지는 일정을 소화한 그는 9일 밤 11시30분(현지시각)이 되서야 애틀랜타 자택에 도착했다. “즐거웠지만 힘들었어요. 이제야 쉴 수 있네요.” 피곤해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웃음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어머니 얘기를 꺼내자 금새 활력을 되찾았다. “수상 이후 지금껏 만나지 못했던 마마(Mama)와 토요일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어요. 마마가 해주던 갈비며 김치 생각이 나 갑자기 배가 고파지네요.” 그러더니 학창 시절 어머니가 해주신 갈비 덕분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영웅에게 어머니는 전부였다. 그는 “마이 월드(나의 모든 것)”라고 했다. “국제 결혼하시고 영어도 잘 못하시는 상황에서 미국에 건너오신 어머니 그분이 가족을 위해 고생하신 모든 것을 곁에서 낱낱이 지켜봤어요. 내가 지금부터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결코 보답할 수 없을 겁니다.”
어머니의 가르침도 소개했다. 그는 “마마는 항상 겸손을 가르쳤고 남을 먼저 배려하라고 말씀하셨어요. 무엇보다 어머니의 존재 자체가 저에겐 크나큰 교육이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어머니 김영희씨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데 아느냐”고 묻자 워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그거 정말 좋은데요(That’s great!)”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대학시절부터 효자로 칭송이 자자했던 그의 어머니 자랑은 끝이 없었다. “마마는 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인내하며 오늘의 저를 키웠어요. 마마는 또 굉장히 유머가 많아요. 언제나 저를 웃게 합니다. 지금은 아마 당황하시겠지만 익숙해지면 저처럼 재미있는 면모를 보일 거에요.”
자신의 성공이 평생 생계를 이어오던 어머니의 짐을 덜어줬으면 하는 소망도 드러냈다. “마마가 새로운 일을 찾으면 식당 일을 그만둘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마마와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눠봐야 겠다”고 전했다.
4월 예정된 한국 방문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30년 만에 처음 가는 한국이지만 내 어머니의 고국을 직접 방문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렌다”며 “마마의 고향에도 가보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한국은 누가 머래도 고국이었다. 그는 “어릴 적엔 혼혈아란 사실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아 괴로웠고 신세가 원망스러웠지만 이렇게 크고 보니 한국과 미국인 양쪽 나라의 장점을 다 가지고 있어 오히려 내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또 “어린시절 한때는 한국 부모를 가졌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지만 성인이 된 후로는 단 한번도 마마의 핏줄을 원망해본 적이 없었고 오늘은 완벽하게 한인사회에 흡수된 것 같아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뒤늦게 수퍼보올 MVP 수상 소감을 물었다. 그는 “나와 어머니의 승리”라고 답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내가 살아온 지금까지의 삶 중에서 최고의 느낌입니다. 또한 우리가족과 내가 태어난 한국을 대표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번 일로 한인사회가 내게 보여준 뜨거운 관심과 호응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
그는 가능하다면 11일쯤 기자회견을 갖고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속시원히 답할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은 쉬고 싶단다. “마마와 함께 마음 편하게 쉬고 싶어요.” 영웅의 소망은 소박했다.
한국일보 미주본사 애틀랜타지사=황재원기자 김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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