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부모들이 집을 비운 틈을 타 누가 우리의 자녀들에게 남자끼리 키스하고 성행위 하는 장면을 시범 보인다면 어떻게 될까. 부모들이 경찰을 부르는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그런 종류의 영화가 TV에서 상영되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시하는 것이 인공위성 TV시대를 맞이한 미국 문화의 현실이다. 영화로 인해 아이들이 동성연애를 아름다운 인간관계로 생각한다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왜냐하면 영화는 집주인의 허락 없이 안방에 들어와 자녀들을 가르치는 교육 도구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른들이 가르치지 못하는 것을 젊은이들에게 가르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시내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남자끼리 키스하는 장면이 등장하는가 하면 노골적인 성행위도 계속된다. 이들은 각각 여자와 결혼한 다음에도 집에서 만나 부인이 보는 앞에서 키스를 나눈다. 지금까지 ‘델마 앤드 루이스’ 등 동성연애에 관한 영화는 몇 편 있었지만 대부분 상징적인 행동으로 성을 묘사했지 ‘브로크백 마운틴’처럼 노골적으로 섹스를 표현한 적은 없었다.
게이의 세계, 성행위와 연정, 결혼한 부인과의 갈등, 사회의 냉대에 대한 두려움 등을 자세히 그린 이 영화는 결국 동성연애를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것이 문제다. 동성연애를 이해한다는 것과 동성연애를 미화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오는 3월 아카데미상을 휩쓴다면 그것은 흑인 민권운동의 기폭제가 된 로자 팍스 여사의 역할과 맞먹는 계기를 미국 문화의 흐름에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 영화에서 받는 충격도 충격이려니와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시대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개봉된 ‘왕의 남자’라는 영화가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하여 화제다. 이 영화에는 연산군이 자신의 애인인 ‘공길’이라는 사나이와 키스하고 애무하는 장면도 등장하는 모양이다. ‘왕의 남자’가 얼마나 화제인지 며칠전 ‘공길’역을 맡은 배우 이준기가 영화 쿼타제 폐지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였을 때 팬들이 너무 몰려 경찰까지 동원되는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미국과 한국에서 게이를 미화한 영화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서도 게이 사무라이를 소재로 한 영화 ‘타부’가 히트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출품된 영화의 50%가 직접 간접으로 동성연애와 연결된 내용이었다고 한다. ‘브로크백 마운틴’도 여기서 황금사자상을 탔다. 이어 골든 글로브상을 타고 여세를 몰아 아카데미 작품상 등 7개 분야에 후보로 올라와 있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과연 작품상을 탈만큼 예술성이 있는가.
게이와 레즈비언을 미화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마치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간주되는 이상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문화의 변화’로 불리고 있지만 부모 세대에서 볼 때 그것은 분명히 ‘병적인 문화’다. 거대한 파도를 이루며 우리 사회 한 구석을 이미 점령한 LGBT(동성애의 총칭) 문화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자녀 교육을 생각하면 이 시대에 산다는 것에 대해 공포감마저 든다. ‘브로크백 마운틴’과 ‘왕의 남자’를 단순히 인기영화로 간주할 일이 아니다. 병든 문화혁명이 우리 시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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