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가면’의 한 장면. 여옥역을 열연하는 장혜원(왼쪽)과 시의역의 정민진.
‘불의 가면’
‘극단 LA’열정만으로 지켜온 13년
창단기념극‘불의 가면’3월3일 선봬
가끔씩 대학로 소극장에서 보던 연극이 그리워진다. 1미터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느끼는 배우의 땀방울과 숨소리, 눈물, 그들이 토해 내는 열정에 갇혔던 마음이 터져 버리던 시절. 연극이 끝나고 텅 빈 객석에서 주체하지 못할 감정에 떠밀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지언정 무대에 서고 싶다’고 다짐하는 순간 인생은 외로움의 연속이다.
창단 13주년을 맞은 ‘극단 LA’(Theater LA·연출 김유연)는 외로운 인생을 즐기는 공동체이다. 이들을 지탱하고 있는 힘은 연극에 대한 열정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있어 LA 한인연극계는 희미하게 나마 명맥을 유지한다.
지난 10일 비전 아트홀 소극장에서 실험극 ‘불의 가면’을 시연한 연출가 김유연은 “소극장을 꿈꾼 13년, 독자적인 연극집단과 공간을 중심으로 작업해온 의지의 실체를 아직도 찾아 헤맨다”며 “무대음악, 장치, 의상디자인, 소품, 기획, 홍보 등 극단경영 모든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혼돈과 열정 속에 정말 외롭고 뜨거웠던 13년”이라고 되새겼다.
극단 LA는 지난 92년 창단한 ‘극단 92’가 모태이다. 10여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2004년 비영리단체 ‘디어터 LA’로 정식 등록됐다. 극단 LA의 첫 번째 정기공연 ‘하늘에 흐르는 구름 임자 있던가’(연출 김유연)는 소극장 연극에 목말라 있던 한인들에게 단비를 내렸다.
당시 극단 사람들은 신명나게, 조심스럽게 한 발짝 움직였다고 표현했다. 이를 계기로 신발 끈도 확실하게, 단단하게 다시 묶었다고 했다. 더 먼길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연말 극단 LA는 두 번째 연극을 준비했지만 공연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들은 주저앉지 않았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연습장에 모여 한편의 연극과 지독한 사랑을 했다. 그리고, 오랜 준비기간을 거친 연극 ‘불의 가면’은 무대에 오른다. 시연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10명 남짓한 극단 LA 단원들이 뜨거운 열정으로 말한다.
“3월3일 오후 7시30분 비전 아트홀 소극장에서 만납시다”
■ 박상륭 원작의 실험극‘불의 가면’
극단 LA가 3월 한달 무대에 올리는 연극은 박상륭 원작, 이윤택 희곡의 ‘불의 가면’이다. 지난 2000년 지금은 없어진 한국일보 소극장에서 공연했던 작품이다. 그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당시 ‘시의’역을 맡았던 변영우씨가 ‘왕’위를 찬탈했고, 이제 막 연기의 꽃을 피우는 미남 배우 정민진씨가 ‘시의’역을, 장혜원씨가 ‘여옥’역을 맡았다.
‘불의 가면’은 독재자의 황폐한 정신세계를 제의와 정신분석법으로 살펴보는 실험극이다. 원작부터 언어의 연금술사로 매니아를 몰고 다니는 소설가 박상륭이니, 작품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 익명의 섬을 배경으로 아편중독으로 죽은 부왕의 뒤를 이어 왕위를 계승한 젊은 수로왕의 독재와 광기, 근친상간, 마약과 섹스, 매독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윤택이 붙인 부제 ‘권력의 형식’이 암시하듯이 권력의 부도덕과 허망함을 시적으로 보여주는 연극이다.
극적 상황이나 인물설정, 줄거리 구도는 거의 박상륭의 ‘열명길’을 그대로 따르면서, 이형기의 시를 원용하여 가락국기, 처용설화, 공무도하가, 그리고 구전동요 ‘구지가’를 삽입하고 있다. 신화적 상상력을 좇아가며 원초적 상황에서의 인간의 광기와 지배욕, 그 앞에 무력한 지식의 힘을 대비적으로 그린다.
극단 LA의 연극‘불의 가면’은
3월3∼26일 매주 금·토요일 오후 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
총 12회 공연한다.
장소는 비전 아트홀 소극장
(구 정동아트홀, 505 S. Virgil Ave. #300)
입장료 25달러. 문의 (323)864-5959 (213)447-6838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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