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가면 아우구스부르크라는 도시가 있다. 로마황제 아우구스티누스 이름을 따서 기원전 15년 쯤에 건설된 고도(古都)이다. 중세에는 유럽 상업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알프스와 가까운 지리적인 위치 때문이다. 날씨가 좋으면 알프스의 만년설을 감상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아우구스부르크는 유럽 건축, 음악, 회화의 중심지였다. 로코코 시대 또한 그 곳 사람들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이런 까닭에 유명한 화가, 건축가, 음악가들이 많이 배출됐다. 모챠르트도 그 중 한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종교계에 있어 아우구스부르크는 보다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일찌기 ‘종교개혁’의 시대 때부터 카톨릭과 개신교 사이에 화해가 이뤄진 곳이기 때문이다.
16세기 초 루터의 ‘종교개혁’운동은 이 곳을 근거지로 본격화된다. 1530년 13년간의 ‘종교개혁’의 신앙고백이 담긴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이 만들어지고 다시 개정된 1540년판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은 16세기 종교개혁에 있어서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루터교의 중요한 교리적 표준이 되었고 영국 성공회의 ‘39개조(Thirty-nine Article)’에도 그 흔적을 남긴다.
이 고백으로 로마 가톨릭과 갈등의 골은 깊어졌으나, 루터교도들 사이에는 강한 결속이 이루어졌다. 이후 카톨릭과 루터교는 화해를 위해 협상을 벌인 끝에 1555년 양자 간 ‘아우구스부르크 화의’를 이끌어 내기는 하지만 ‘구원’의 정의에 대한 논쟁은 계속된다. 자그마치 5백년동안이나.
‘구원 논쟁’의 핵심은 서로 다른 해석법이다. 전통적인 카톨릭에서는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함께 선행을 실천해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반면 루터교 측은 오직 신앙만으로 구원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대목이 5백년 가까이 서로를 단죄하고 불신하는 빌미가 됐던 것이다.
이처럼 지리한 500년 논쟁도 1999년 10월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다. 구원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자유로운 선물이며 이는 선행을 실천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선행 속에 반영된 것이다 양 교회는 구원을 규정짓는 ‘의화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에 완전히 합의하고 아우구스부르크에서 공식 서명한다. 500년 전처럼 아우스부르크가 또다시 ‘화해의 성지’가 된 것이다.
이제 이야기를 달라스로 돌려보자. 2006년 2월16일의 달라스는 마치 아우구스부르크와 같았다. 도무지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것 같던 당사자들간에 서로 화해하고 교포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아니 달라스가 아우구스부르크보다 한 수 위인지도 모르겠다. 아구스부르크의 ‘500년 반목’에 비하면 달라스 한인회의 2-3개월간의 갈등상황은 아무것도 아닐테니까.
화해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봤다. 분쟁당사자가 양보하여 분쟁을 종료시키는 행위라고 나와 있다. 찬찬히 그 뜻을 곱씹어본다. 화해에는 반드시 전제되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름아닌 양보이다.
그들은 한발씩 양보했다. 앙금이 남지 않은 것은 아니었겠지만 동포사회를 먼저 생각한다는 대의명분에 우선적으로 충실했다. 그리고 차제에 더욱 대승적이고 발전적인 모습의 한인회를 위해 구악과 구습을 함께 고쳐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달라스 한인사회가 외부에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결자강의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한동안 미주 한인사회 전체가 달라스를 예의주시 했었다. 샌디에고 한인회에 이어 달라스 한인회 마저 내부문제를 미국 법정에 맡길 것인지 여부를 지켜본 것이다.
이제 달라스의 한인임을 당당하게 말하자. 지역사회의 리더들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잘못했다며 동포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티격태격 붙잡았던 서로의 발목을 시원스럽게 풀어주며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한인회를 둘러싼 갈등해소의 모범답안을 미주 동포사회 전체에 제시한 것이다.
2월16일 이후 달라스는 미주 한인사회에서 있어 ‘화해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달라스가 자랑스럽다.
<김영걸 텍사스지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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