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희경이 말하는 ‘굿바이 솔로’…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랍니다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고백’ ‘꽃보다 아름다워’ 등의 드라마에서 현실적이면서도 감성 어린 대사를 선보인 노희경 작가. 화려함에 기대지 않은 채 캐릭터에 대한 내밀한 묘사에 집중해 많은 ‘골수 팬’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마다 조금씩 실험적인 요소를 선보여 한국 드라마의 지평을 열어가던 그가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소매를 걷어붙였다. 내용과 형식이 모두 파격적인 드라마에 도전한다. 3월1일부터 KBS 2TV에서 방송하는 ‘굿바이, 솔로’(연출 기민수ㆍ황인혁)다.
드라마에서는 천정명, 윤소이, 이재룡, 김민희, 이한, 나문희, 배종옥 등 7명의 주연이 등장, 각각 자신만의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이들은 특정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 얽히지만 전형적인 미니시리즈처럼 두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인물관계가 형성되지는 않는다.
미국 TV시리즈 ‘로스트’나 영화 ‘러브 액츄얼리’와 형식적으로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인물 내면에 더욱 집중한다. 플래시백 형식을 적극적으로 도입, 인물의 과거, 현재의 심리와 내면의 충돌을 그린다.
한 명이라도 빠지면 극이 무너지는 구조입니다. 관계와 과거의 미스터리 속에서 7명이 함께 가죠. 저도 쓰면서 낯설어요. 구조적 모순보다 마음 속 모순에 초점을 맞췄어요. 작년 6월부터 대본작업을 시작했는데 다른 작품에 비해 2~3배 오래 걸립니다.
그는 다소 철학적인 화법으로 말을 이어갔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심이 부족해서이고, 세상이 나쁘다고 하는 것은 세상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어요. 철저하게 누구를 알게 되면 섣부르게 그를 나쁘다고 말할 수 없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게 인간이었구나’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극중 주연들은 모두 아픈 상처를 갖고 살아간다. 김민호(천정명)는 재벌가 출신이지만 출생 문제 등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등졌다. 끊임없이 재혼하는 어머니 때문에 고통받던 정수희(윤소이)는 남자친구 유지안(이한)의 친구 김민호를 사랑하게 된다.
강호철(이재룡)은 겉으로는 호기롭게 살아가는 건달이지만 속으로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강호철을 사랑하는 최미리(김민희)는 밝고 거칠 것 없는 성격으로 보이지만 자신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고민이 많다.
그는 말을 못하는 미영이 할머니(나문희)가 인간에게 신뢰를 주면서 다른 캐릭터들의 통로가 된다며 돈 많은 사람은 돈 생각만 하는 게 아닐까, 순진한 여자는 섹스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등 이번 작품을 앞두고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의 충돌에 대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20대의 이야기가 많이 다뤄진다. 이전 드라마에서 노 작가가 30~40대에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하면 두드러진 차이다.
평소 저는 ‘젊은 친구들은 머리가 비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저도 20대 때 자신에 대해 완전하다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젊은 층을 다뤄볼까’라고 생각했죠. 다만 초반에는 대사 톤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어요.
제목을 ‘굿바이, 솔로’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부르기가 쉽기 때문이라며 혼자는 외롭다. 하지만 결코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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