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긴급출동! SOS 24’ 진행자 자리매김
주변에서 말렸어요. 개그맨이 하기에는 너무 색다르고 강한 프로그램이라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요.
지난해 11월 개그맨 윤정수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등 폭력의 현장에서 해결책을 찾는 SBS ‘긴급출동! SOS 24’를 시작했을 때 주변에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았다.
MBC ‘느낌표’에서 이주 노동자들과 고국의 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코너로 감동을 주기도 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선사하던 개그맨이 충격적인 소재의 고발성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데 적합한가는 또 다른 문제였던 것.
진행을 제의받았을 때는 프로그램 성격을 잘 몰라서 한번 해보자고 했죠. 해봤더니 제가 나설 게 아닌 것 같아서 못하겠다고 했어요. 저 때문에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해서요.
그렇지만 프로그램의 소재가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한 진행자가 필요했다. 누구도 들추려 하지 않는 문제를 다루는 ‘무거운’ 프로그램이 ‘무거운’ 진행자를 만나면 가라앉아 버리기 쉽기 때문.
이제 프로그램을 진행한 지 5개월째에 접어든다. 방송 초기에 폭력성과 선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평소 남의 일처럼 여겼던 폭력의 심각성과 해결의 필요성에 시청자들이 공감하면서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았다.
3~4회 정도 하고 나니까 발 담그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응도 좋아서 진행하면서도 힘이 됐고 사례들 가운데 3분의 1은 해결이 되니까 보람도 있어요.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부분 명확하지만 주로 가족 내의 민감한 문제이다보니 진행자로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직접 처참한 폭력의 현장을 목격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면서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했다.
남의 일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결국은 가족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으니까요. 시청자들은 시비(是非)가 분명하지만 저는 중립에 서서 피해자들의 거취와 해결책에 관심을 두려고 노력해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한동안 쇼 프로그램 출연을 많이 줄였다. ‘긴급출동…’에서 ‘똑바로 살자’고 외치다가 쇼 프로그램에 나와 ‘대충 살자’면서 웃는 것이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것 같아서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느끼는 보람은 남다르다. 본인의 말대로 ‘누가 시키지 않는 일이라 힘이 들지만’ 폭력에 시달리다 도움을 받은 피해자들, 특히 아이들의 고마워하는 눈빛에 힘이 난다.
제가 방송 13년차인데 우리들끼리 재미있는 것보다 진실한 것을 만나는 게 더 좋네요. 특히 아이들에게 마음이 많이 가죠.
’긴급출동…’을 진행하면서 윤정수에겐 또다른 욕심이 생겼다. 나이가 좀더 들었을 때 이 같은 교양 프로그램에서 깊어진 연륜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서고 싶은 것.
프로그램에서 제가 모르는 분이나 나이든 분들께 훈계하는 식으로 얘기해야 될 때가 많은데 죄송하고 불편하죠. 나이가 들면 연륜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네요.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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