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모목사(뉴욕한국인그레잇넥교회 원로)
20여권의 저서까지 낸 하버드 대학의 누웬(Henry Nouwen)교수가 몇 해 전 큰 충격적인 뉴스를 세상에 퍼뜨린 적이 있다. 이 소식은 미 기독교계뿐만 아니라 미국의 많은 지식인들과 온 세계 기독자들도 꽤 놀라게 했다. 세계적인 신학자인 그가 하버드를 사임하고 토론토 근교의 정신박약자와 신체장애자 시설인 데이브렉(Daybreak)의 한 직원으로 들어간 것이다.
하버드의 명성과 보수를 버리고 정신박약자들의 행동교정과 용변지도, 저들의 식사, 세면, 옷 입는 훈련 등의 자질구레한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보수도 보잘것없는, 소셜 워커(social worker)의 초년병들에게도 별로 달갑지 않은 일이다. 세계는 의아해 하며 잘 이해가 되지 아니하기에 각가지의 질문들이 누웬교수에게 쇄도했다. 신학자가 훌륭한 신학교육과 목사를 배출하는 것이 더 보람되지 않느냐는 동정과 아쉬움이었다.
그러나 누웬교수는 번복의 뜻은 물론 없었고 그 답변으로 <예수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Jesus)라는 작은 책을 냈다. “예수를 정말 아는 길이 무엇인가?”, “예수를 통해 하나님을 아는 길이 무엇인가?” 등을 묻는다. 예수를 깊이 생각해 볼수록 그를 알고 믿고 따른다는 것은 세상의 성공의 길과는 다르다는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그 길이란 오르막길이 아니며, 결국 인생을 내리막길로 살아봐야(downward mobility)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예수의 생과 교훈은 세상의 낮은,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그렇게 살 때 예수를 바로 이해하고 따르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예수의 체험은 바로 이런 삶에서 온다는 확신의 간증이다.
누웬 박사는 어려선 공부를 잘하는 천재 소리를 들으며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하버드대학의 교수가 되기 위해 정상의 길만 걸어왔고 성공만을 위해서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나는 그동안 작은 성공의 외로운 정상을 향하여, 권력과 인기의 꼭대기를 향하여 오르막길만을 추구했다. 그러나 어느 날 내 옆에 앉은 정신박약자 청년 아담 군의 불구의 모습을 보면서, 예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내리막 인생들의 고통에 동참함으로써 예수를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오르막길에선 예수가 잘 보이지 않고 내리막길에서만 예수가 잘 보이며, 하나님의 독생자라는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죽어가며 ‘나를 따르라’던 그 복음을 통해서
만 예수를 만날 수 있다고 그는 확신한 것이다.
예수 믿고 기독교 신앙을 가지는 것을 축복받는 첩경으로, 세상에서 성공하는 수단으로, 이 세상에서도 복 받고 만사형통하며 죽어 저 세상에서도 극락 천당으로 직행하는 지름길로 믿는 사람들이 많은 한국 기독자들에게는 꽤나 충격스럽고, 다시 한 번 예수 믿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 산다는 기독교 신앙의 근원적인 목적과 자세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게 하는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예수 당시나 초대교회 시대에도 이런 예수의 정신을 깨닫고 따를 각오가 없이는 누구도 감히 예수를 믿고 따를 엄두를 내지 안했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종교나 변혁운동, 피 끓는 혁명 같은 것도 긴 세월의 흐름이 본래의 정신을 퇴색하게 하듯 기독교 신앙도 예외는 아니다. 그 숱한 기독교 명의의 약속이나 축복의 설교와 강론들도 그럴듯한 감언이 된 듯 하기에, 기독교의 핵심이라 할 예수의 ‘오직 남을 위한 생’의 정신, 그 복음의 진수 앞에 우리의 신앙과 믿는 자세, 그를 따르며 사는 삶의 모습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반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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