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노래하다 세상과 작별하고파
올해로 35년 노래했네요. 수십년간 저를 지켜주고 사랑해준 이는 80~90%가 아줌마들이죠. 이제서야 아줌마들께서 준 사랑에 보답하는 노래를 부르게 됐네요.
가수 태진아(53)가 새 음반 타이틀곡 ‘아줌마’를 발표했다. 이름 대신 ‘아줌마’라는 고유명사로 살아가는 우리네 중년 여성에게 기를 불어넣는 노래다. 경쾌한 베이스 기타 소리가 돋보이는 태진아의 자작곡으로 ‘사는 게 힘들어도 아줌마가 정말 좋아/아줌마 가는 길에 행복과 사랑 주네/꽃보다 아름다운 아줌마 정말 좋아’란 노랫말로 아줌마의 미(美)를 예찬하는 가사를 담았다.
태진아는 당초 신곡은 ‘옥경이’처럼 아내(이옥형)를 주제로 한 ‘당신’이란 노래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와 가수인 아들 이루가 ‘아빠 팬들은 모두 아줌마다. 아줌마를 위한 곡을 쓰시라’고 조언해 이 노래가 탄생했다고 한다.
아줌마 팬들의 태진아를 향한 열성은 신세대 최고 인기그룹 동방신기 부럽지 않다. 방송에서 태진아가 콩밥을 좋아해 검정콩을 많이 먹는다고 하자 검정콩 선물이 쏟아졌다.
또 붕어즙, 장어즙, 강냉이, 옥수수, 감자 등을 공연장, 소속사 사무실로 보내온다. 일본 공연 때 아줌마 관객은 주머니에 있는 돈, 끼고 있던 보석까지 빼주며 애정 공세를 벌인다.
이쯤 되자 태진아의 아줌마 예찬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아줌마처럼 위대하고 훌륭한 사람은 없어요. 우리네 삶을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죠. 아줌마들이 스스로의 역할에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새 음반에서 눈에 띄는 점은 현철의 히트곡 5곡을 리메이크했다는 것. 현철 특유의 ‘꺾기’ 창법으로 감칠맛 나게 불렀던 ‘내 마음 별과 같이’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사랑은 나비인가봐’ 등의 노래는 태진아의 구성진 보컬로 다시 태어났다.
태진아의 활동은 기존 성인가요 가수와는 눈에 띄게 차별화된다. 보통 트로트가수들이 2~3년에 한 장의 음반을 낸다면 그는 작년에만 ‘잘살 거야’ ‘착한 여자’ 두 장의 음반을 내고 활동했다.
또 일찌감치 트로트의 수용 폭을 젊은 층까지 넓히고자 1990년대 성인가수 최초로 ‘옥경이’ ‘거울도 안 보는 여자’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2000년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일본 고베, 2003년 ‘이유가 뭘까’는 히로시마에서 해외 로케이션으로 만들었고, 2001년 ‘잘났어 정말’ 때는 최불암ㆍ박원숙ㆍ조형기ㆍ주현 등의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 호화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롯데닷컴, 케토톱에 이어 이가탄,청원생명쌀, 고창서해안복분자 등의 광고 모델 활동도 꾸준하다.
제 음악 활동이 성인가요계에선 좀 앞서나갔죠. 후배 가수들이 저 따라 뮤직비디오 찍는 겁니다.(웃음)
데뷔 35주년을 맞아 올해 그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다. 5월7~8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디너쇼를 펼친 뒤 하반기 35주년 기념 음반을 내고 대규모 기념 공연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매년 10여 차례 일본 공연을 하는 그는 5월13일 히로시마에서도 공연한다.
태진아에게 이루 얘기가 빠질소냐. 역시 그는 아들 자랑으로 마무리한다.
이제 ‘이루 아빠 태진아’라고 얘기해요. 속으로 아들이 제 뒤를 이어 노래하길 바랐어요. 엄마는 아들 악기를 부술 정도로 반대했지만. 아들은 8살 때부터 음악을 해 준비된 가수입니다. 최근 MBC TV ‘가요콘서트-태진아 스페셜’에서 아들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옥경이’를 불렀는데 코끝이 찡하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노래하길 잘했다는 그는 다시 태어나도 노래하고 싶다. 죽는 날도 아무 고통 없이 노래하다 세상과 작별하고 싶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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