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나이가 들수록 가속도가 붙는다더니 요즘엔 일주일이 쏜살같이 빠르다. 그렇지만 막상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는 꽤 긴 시간인데 일주일 단위로 보면 금세 주말이 돌아오고 또 한 달이 후딱 지나감을 느낀다. 주중 직장에서의 스케줄이 매우 고정적이라서 그럴까? 학부모 상담은 일주일에 한번씩,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나의 경우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낯익은 부모들을 만나게 되어 더욱 고정된 일과라고 본다. 이렇게 일정한 스케줄이 있다보니 단조롭다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의외로 많다. 우선 시간 관리가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자투리 시간도 쪼개어 쓰기가 더 용이하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기에도 좋다. 미리 시간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직의 최대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자녀들의 경우에도,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일관적인 스케줄을 가진 듯이 보인다. 등, 하교시간이 일정하고 학원이라던가 예체능 활동 등을 할 경우에도 역시 스케줄이 일정하게 짜여 있지 않은가. 하지만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시간관념이 부족하다며 숙제를 다 하지 않고 컴퓨터부터 먼저 하고 결국 잔소리가 나와야 그만 둔다며 집에 오자마자 먼저 숙제 등의 할 일을 얼른 다 마치면 그 후에 컴퓨터를 좀 해도 마음 편하게 할텐데 왜 ‘눈치 보며 구박 받으며’ 컴퓨터를 하는 지 답답하다고 한다.
어떤 부모는 자녀가 열두어살 정도 되면 당연히 스스로 “앉을 자리 설자리”를 구별할 줄 안다고 믿고 또한 “열심히 생활하시는 부모를 보면 자신도 열심히 공부해야 되고 장래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자동적으로”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자녀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알아서 척척 해준다면 ‘오죽 좋으랴’만 이러한 부모의 기대치는 희망 사항에 가까울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시간관리(Time management) 기술은 학업뿐만 아니라 후에 사회생활에도, 가정생활에도 절대 중요한 인생 기술의 하나이다. 하루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부모들은 대부분 여러 가지 과제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삶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달인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하루의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활용도가 하루 30시간이 될 수도 있고 15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하루 일과 계획표를 만들게 하는 부모도 있지만 어린 자녀들이 이를 꼬박꼬박 지켜나가는 것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이대로 지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방법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매일 해야 할 과제를 적는 것, 그 과제들을 우선 순위대로 나누어 등급을 정하는 것, 필요한 시간을 예상하는 것, 데일리 플래너를 사용하여 ‘해야 할 일’과 ‘완수한 일’을 적게 지도하는 것, 그리고 자녀들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열심히 지낸 것에 비례하여 금, 토, 일요일의 주말에 릴렉스하며 지낼 수 있도록 구별해 주는 것이 모두 부모가 지도해야 할 사항이라고 하겠다.
“주중과 주말을 구별하여 시간관리를 하니까 일도 훨씬 능률적이고 시간에 쫓기어 허덕이지 않고 주말을 더 편하게 보내게 되었다”고 어머니께 자랑했더니 우리 어머니가 은근히 웃음이 담긴 눈길을 보내셨다. 당일치기 공부한다고 법석을 떨었던 내 학창 시절 모습이 떠오르셨나보다.
마음속으로는 “네가 삶의 지혜 하나를 터득하는데 근 사십년이 걸렸구나”하시는 눈치였다. 무안한 마음에 괜스레 발가락을 한번 꼼지락거리면서 평생에 걸쳐 꾸준히 지혜를 배워 나아가야지 하고… 혼자 다짐해 본다.
신혜선 한인청소년회관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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