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무용가 이복형이 부채춤을 추고 있다.
‘한국무용 어제와 오늘’을 마치고…
‘한국 무용예술의 어제와 오늘’이 지난 6일, 7일 LA 한국문화원 소극장 아리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1세대 대가들의 모습을 담은 귀한 영상자료들을 접할 수 있었고 전수 제자들의 재연과 해설을 통해 우리춤이 지닌 예술적 깊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1세대 무용가 중 인간문화재 강선영 선생과 현대무용의 선구자 육완순 선생이 이 행사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이번 행사는 김천흥의 춘앵전으로 막을 열었다. 정재의 맥을 이어 후세에 꽃피게 한 공로를 널리 인정받고 있는 우리 나라 전통음악, 전통무용의 명인으로 오늘날 유일하게 국악과 무용 두 분야에서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김천흥은 처용무(39호)와 종묘제례악(1호)의 예능보유자이다. 한국전통문화원 원장 인남순이 재연한 춘앵전은 꾀꼬리가 지저귀는 모습을 독무로 연행하는 궁중정재 중 하나이다. 인남순은 스승 김천흥의 춘앵전의 기본 춤사위를 바탕으로 우아하고 미려한 동작이 특징인 춘앵전의 진가를 잘 표현해 냈다.
중요무형 문화재 92호 태평무(예능보유자 강선영)는 양승미가 재연했다. 현존하는 무용가중 가장 화려한 경력의 무용가로 평가받고 있는 강선영의 춤 기능과 정신은 태평무라는 춤 하나로부터 시작한다. 70년 동안 추어온 강선영의 연륜과 관록이 담겨있는 태평무 재연에서 양승미는 동작 하나 하나에서 절도를 잘 지켜가면서 다양한 발딛음 동작으로 이 춤의 특징을 보여주었다.
중요 무형문화재 97호 살풀이(예능보유자 이매방)는 재일무용가이며 이 종목의 전수조교인 김묘선이 재연했다. 이매방류의 살풀이춤은 무속의 살풀이굿에서 나온 춤이다. 비교적 조용히 진행되는 이매방의 살풀이춤에 비해 김묘선의 살풀이는 다이내믹하다. 연륜과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 춤의 다양한 정감이 내재되어 있는 이 춤은 김묘선의 출연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부채춤의 명무 김백봉의 춤을 재연한 이복형은 유일하게 미주지역 출신의 2세대 무용가였다. 미주 지역에서 활동하며 신무용의 원조 최승희, 김백봉의 대를 이어가고 잇는 이복형은 부채를 펴고 접고 돌리고 뿌리는 원숙한 기교로 그의 50년 연륜을 유감없이 발휘, 박수를 받았다.
97호 김숙자류의 도살풀이 재연은 단연 양길순의 무대였다. 이 종목의 전수조교 양길순은 경기무속에 바탕한 스승 김숙자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춤꾼이다. 양길순의 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갈함과 자유로운 춤사위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다양한 기교와 그 안에서 표출되는 신비스런 예술성을 특징으로 한다.
한국 발레의 대부격인 임성남의 맏제자 김긍수가 재안무한 4인무 ‘파드까르트’는 단막의 발레 소품으로, 줄거리가 없으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표현해 무용수 각자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발휘하게끔 안무된 작품이다.
황병기 음악의 육완순의 연작 ‘실크로드’는 한국 현대무용에 새로운 전환기를 제안한 작품이다. 전체 4장으로 구성된 작품인데 그 중, 환희와 슬픔, 격정적인 화음과 리듬을 주제로 한 장면을 유석훈, 송진주가 두엣으로 연기했다. 한국 현대무용의 대모격인 육완순의 작품들이 우리 무용사에 대작들로 기록되고 있는 이유는 이처럼 작품을 훌륭히 표현해 주는 무용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병임<우리춤 보존회장·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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