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을 하루 앞둔 17일 펫코팍에서 있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왼쪽부터) 한국팀 주장 이종범과 선발투수 서재응, 그리고 김인식 감독이 임전소감을 밝히고 있다. <샌디에고- 서준영 기자>
이치로 ‘가미가제’설욕 별러
한국 “이번엔 정말 보내주마”
“세계챔프 향하여”서재응 선발 출격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2주만에 3번째로 격돌한다. 18일 오후 7시(LA시간) 샌디에고 펫코팍에서 벌어지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에서 1, 2라운드에 이어 이번 대회서만 3번째로 자웅을 겨룬다. 이 경기 승부에 공식적으로 걸려있는 것은 WBC 초대 결승 진출권. 승자는 사상 첫 야구 세계챔피언 등극에 1승 앞으로 다가서게 된다. 하지만 영원한 맞수인 한일전에서 이는 부차적인 것일 뿐이다.
이 경기는 자존심 문제다. 특히 지난 5일 일본 도쿄돔과 15일 애나하임 에인절스테디엄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잇달아 한국에 연패를 당한 일본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향후 30년간 일본을 이길 생각조차 못하게 해주겠다”던 이치로 스즈키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일본은 스스로 아시아의 야구의 최강자로 믿어 의심하지 않았고 한국야구를 한 수 밑으로 깔고 보아왔다. 그런데 정작 이번 대회서는 안방인 도쿄돔에서 한국에 일격을 맞은 뒤 설욕을 다짐했던 애나하임 리턴매치에서도 무릎을 꿇었다. 이로 인해 탈락이 기정사실이 된 듯 했으나 미국이 다 차려준 밥상도 챙겨먹지 못하고 멕시코에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기사회생, 한국과의 3번째 만날 찬스를 잡았다. 일본언론은 미국의 패배로 일본이 기사회생한 것에 대해 “가미가제(神風)가 불어왔다”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그 정도이니 여기서 또 진다면 일본에 돌아갈 때는 변장하고 숨어서 들어가야 할 판이다. 이 경기에 일본선수들이 그야말로 ‘목숨걸고’ 덤벼들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이미 일본에 2승을 거뒀다고 느긋할 수 있는 입장이 못된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릴 수는 없기에 3번째 만남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1, 2라운드에서 이겼지만 정작 준결승에서 진다면 앞에 거둔 2승의 기쁨이 상당히 퇴색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는데 기대를 훨씬 능가하는 위업을 달성하고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다면 뒷맛이 개운치 못할 것이다. 어차피 한 번 더 붙게 됐다면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우위를 입증해야 한다. 그래야 군말이 없다. 지금까지 결과는 다 잊어버리고 벼랑 끝에 선 도전자의 자세로 필승의 각오를 갖고 결승에 임해야 한다.
이번 경기에 양팀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것이다. 한국은 서재응(LA 다저스), 일본은 고지 우에하라(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선발로 공시했으나 지난 15일 선발투수로 투구수 제한에 걸려 나오지 못하는 박찬호와 순수케 와다나베를 제외한 양측 투수들이 전원 비상 대기해야 한다. 국가적 자존심과 함께 아시아는 물론 세계야구의 주도권을 걸고 벌어지는 그야말로 ‘건곤일척’의 한판승부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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