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에서 주인공 쿤드리역을 맡은 린다 왓슨(Linda Watson)과 공연 이후 저녁식사를 하면서. 오른쪽이 나.
이주헌/보헤미안클럽 회장
패사디나 앰배스더 오디토리엄의 폐쇄는 너무나 슬픈 소식이었다. 이 곳은 앰배스더 칼리지의 예배실 겸 연주홀로 사용되었는데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가 LA에서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무대였다.
레온타인 프라이스, 세칠리아 바르톨리, 호세 카레라스, 제시 노먼, 캐더린 배틀, 루치아 포프, 제넷 베이커, 존 비커, 그리고 프레드리카 본 슈타트 등 세계적 연주가들이 무수히 이곳에 다녀갔다.
현재 학교는 텍사스로 옮겼고 세법이 바뀌어 기업체로부터 기부가 줄어들어 폐쇄되었다. 메트 오페라하우스와 정면이 비슷한 외관으로 설계되었고, 앞에 분수대까지도 유사하다. 바그너 소사이어티의 셔윈 슬론 박사와 나는 항상 그 곳에 나란히 앉는 단골관객이었다.
슬론 박사는 자비를 들여 오디션을 시작한 사람이다. 이 오디션을 통해 많은 연주가들을 유럽과 메트 오페라 무대에 등용시켰다. 유 첸과 데보라 보이트, 산드라 라바노프스키, 엘렌 라비너, 그리고 신경옥 등이 이 오디션출신의 대표적인 오페라 가수들이다.
메트 오디션은 또 하나의 소중한 음악회이다. 20년 간 한번도 빠짐없이 출석하고 있다. 일년에 한번 옛 오페라 애호가 친구들을 만나고 새 소식을 듣는 곳이다. 무소식은 희소식이다. 새 소식이 들려오면, 오랫동안 참석했던 옛 친구가 보이지 않는 슬픈 소식인 것이다. 내년에는 그들을 다시 볼 수 없게 되는…
메트 오디션은 USC 보버드홀에서 10월말이나 11월초에 개최된다. 예비심사를 통과한 150명 가량의 출연자들을 10명 정도 뽑고, 엄선된 소수를 뉴욕 결선에 보낸다.
짧은 시간에 20여 곡의 정선된 아리아를 듣는 기쁨과 캠퍼스의 낙엽과 함께 삶의 풍요로움을 가져온다. 특히, 내가 아는 출연자가 시상되는 순간의 기쁨은 형언하기 힘들다. 한인으로는 최승원, 서진숙, 서미선 등이 우승으로 차지했었다. 요즘은 한인 방청객도 많이 볼 수 있지만 그 다음해가 되면 얼굴은 또 바뀐다. 벌써부터 올해 치러질 오디션이 기대된다.
LA는 음악뿐 아니라 문화의 불모지라고 한다. 그러나, LA사회를 깊숙이 파고들면 미 전역과 유럽 각지까지 쇠고리 모양 연결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LA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인종이 살고 있는 다문화 도시이기에 가능하다. 그래서 LA는 세계 도처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시발점이기도 한다. LA와 같은 사막에서 바라보는 별과 문화의 산실 유럽에서 쳐다보는 별이 똑같듯이 오페라가 주는 감동과 환희는 어딜 가든지 같은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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