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철목사(은퇴목사)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순절이 시작되었다. ‘부활절’을 앞두고 그 전 40일간을 사순절이라 하며, 해마다 사순절은 수요일부터 시작되는데 금년엔 3월1일 수요일부터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수요일을 ‘성회수요일’(Ash Wednesday)이라 말한다. 굵은 베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면서 통회한다는 말이다. 기독교의 3대 절기 가운데서 가장 귀중한 날은 부활절이다. 만일 예수께서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그의 탄생도 십자가의 죽음도 말짱 헛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심장한 부활절을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그냥 맞이하여 부활사건만을 놓고서 축제분위기에 들떠서는 아니 되겠기에 신앙의 선조들이 40일간의 준비기간을 마련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죄를 통렬히 뉘우쳐 회개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동참할 것이며, 그런 연후에라야 주님의 부활에 동참할 수 있다는 말이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부활! 이 엄청난 일이 어찌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겠는가! 부활은 전적으로 죽음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비단 인간만이 아니라 세상만사의 원리가 다 그러한 것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고 말씀했다. 일단 죽을 것이 죽고 나야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죽으면 살리라”는 말이 진리로 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부활하신 것처럼 나도 부활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그리스도와 함께 죽어야 하는 것이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순절 기간 동안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각자 스스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질러놓은 죄악들을 냉정히 비판하여 양심의 가책조차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마비되어 묵어빠진 마음의 밭을 갈어 엎는 작업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이 일에 솔선수범하여 본을 보여야 할 것이다. 신앙생활이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아야 하거늘,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이 일요일 날 예배시간과 교회당이라는 공간에만 국한된 것이라면 “눈뜨고 아옹”하는 격이 아니겠는가! 그러고서야 세례교인이면 뭣하며 목사나 장로나 권사이면 무슨 대수란 말인가? 주일날 교회 안에서는 한껏 경건하고 겸손하게 말과 행동을 하던 사람이 교회 바깥에서
의 언행이 불신자보다 더 거칠고 불의하다면 그런 사람의 마음 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잡초가 무성할 터이니 신앙은 고사하고 사람구실을 제대로 하려면 더 늦기 전에 굳어진 마음의 묵은 밭을 갈아엎어야 할 것이다. “너희가 자기를 위하여 의를 심고 긍휼을 거두라.
지금이 곧 여호와를 찾을 때니 너희 묵은 땅을 기경하라. 마침내 여호와께서 임하사 의를 비처럼 내리시리라.”(호10:12)고 선지자 호세아는 외쳤던 것이다.
묵은 땅! 그것은 묵어빠진 밭이다. 그대로 계속 방치해 둘 것 같으면 영영 쓸모없는 땅이 되고 말 것이다. 묵은 땅이란 본래 옥토였었는데 그것을 가꾸지 않고 그냥 팽개쳐 두었기 때문에 잡초가 나고 굳게 다져져 묵밭이 된 것이다. 그 같은 묵은 땅에 아무리 좋은 씨를 뿌린들 씨만 낭비할 뿐 곡식을 기대할 수 없으니 이미 밭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시기, 질투, 반목, 교만, 완악, 반역, 불의, 독선 등의 잡초들이 우리들 마음 밭에 무성하게 엉켜 있을 것 같으면 우선 나 자신이 괴로울 것이며, 나아가서는 그 악영향이 이웃 사람들에게까지 번져서 이 사회는 점점 악화일로를 치닫게 될 것이다. 땅을 지나치게 묵혀둘 것 같으면 종당에
는 황폐하게 된다. 물건에도 고물이 있고 폐물이 있는데, 고물은 재생이 가능하지만 폐물은 재생이 불가능해 내어 버리는 수밖에 없다.
단 한번 사는 인생인데, 마음먹기에 따라서 삶의 현장이 천국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하니 사람의 마음 밭이 문제인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 밭이 황폐한 상태에서 아무리 사회 정화운동을 벌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니 종교의 차원을 떠나서 우리가 다함께 몸담고 살아가는 이 사회가 온갖 부정과 부패를 일소하여 맑고 깨끗한 사회가 되기 위하여 우리 각자의 마음의 묵은 땅을 갈아엎어 기경하는 뜻있는 사순절이 되기를 염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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