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처형 직전의 수감자가 기둥에 두 손이 묶여 있다. 얼굴을 푹 숙이고 곡괭이로 땅을 파고 있는 수감자들. 그들에게 채찍이 날아든다. 순간 객석은 움찔한다. 붉은 무대 벽 뒤. 거기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함경남도 요덕군 조선인민군 경비대 제2915부대’…”
“굶주린 아이들은 쥐를 발견하자 잡아먹으려고 우르르 몰려다닌다. 한 아이는 너무 배가 고파 감자를 훔쳐먹다가 보안요원에게 작두로 팔이 잘린다. 혀가 잘린 채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6.25 국군포로. 살아남기 위해 아버지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아들.”
“총성과 매질이 계속되고 이들의 비명소리가 애잔한 선율에 섞여 들릴 때마다 관중석은 숨을 죽인다. 오직 한숨과 조용한 흐느낌만 뒤따를 뿐이다.”
뮤지컬 ‘요덕 스토리’ 관람자의 글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한 마디로 지옥도다. 그러나 진실을 모두 담지 못했다. 그 곳을 경험한 탈북자들의 하나 같은 증언이다. 정치범 수용소로 불리는 그 곳의 현실은 이보다 더 참혹하다는 것이다.
뮤지컬의 극본을 쓴 탈북자 출신 정성산 감독도 이 점을 시인한다. 복수보다는 사랑과 용서를 주제로 한 뮤지컬이기 때문에 리얼리티는 살렸지만 그 말로 다 못할 인간말살 현장의 자세한 묘사는 피했다는 설명이다.
무대에 오르기까지 이 ‘요덕 스토리’는 온갖 방해를 겪어야 했다. 한국 정부가 먼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러자 자금줄이 끊겼다. 게다가 살해협박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21세기의 아우슈비츠, 그 참상을 알려야 한다는 일념에서다.
이 같은 고초 끝에 ‘요덕 스토리’가 지난 15일부터 무대에 올려졌다. 극장마다 대관을 피해 시설이 빈약하기 짝이 없는 무대에서지만 어쨌든 막은 오른 것이다. 때문에 큰 기대를 못했다. 이 ‘요덕 스토리’에 그런데 관객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주말에는 입장권이 매진되고 평일 예매율도 70%가 넘는다고 한다. 관객도 그렇다. 처음에는 중·노년층에, 실향민이 대부분이었으나 대학생, 직장인, 심지어 초등학교 어린이 등까지 다양한 계층으로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거기 누가 있다면/이 비명소리 듣고 있는지/거기 누가 있다면/제발 구해주세요…” “신이시여 남조선에만 가지 마시고/공화국 요덕에도 오시옵소서…” 수감자들의 절규다. 오늘도 이어지고 있는 부르짖음을 하나님께서 결국 들으신 게 아닐까.
이 ‘요덕 스토리’에 관객이 넘쳐흐르고 전 세계로 그 스토리가 퍼져나가기를 기원한다. 이 뮤지컬의 성공 여부는 바로 한국인의 양심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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