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LA 한인회장 선거 출마자들을 보면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큰 뜻을 갖고 출마를 결심한 그들이지만 사방에서 밀려오는 밑도 끝도 없는 ‘선거꾼’들에게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출마자들이 타운 발전을 위한 비전과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유권자들은 누가 적임자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선거의 본모습은 실종된 채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온통 선거꾼들만 판치는 형국이다.
출마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들의 행동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메뚜기도 한철’이란 말에 한치 어긋남도 없이 선거꾼들은 이 후보 저 후보를 찾아다니며 표를 미끼로 ‘뒷돈’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다른 후보들에게 상대방의 약점과 선거운동 상황을 흘리고,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려 괴롭힌다.
출마자들의 선거 예산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알고, 매 순간 ‘혹시나’하는 불안감을 느껴야 하는 출마자들의 허와 실을 교묘히 악용하며, 자신의 실리에 따라 출마자들을 염탐하고 다른 이에게 이를 알려주는 ‘용간’ 에 능한 꾼들을 보노라면 마치 ‘손자병법’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아 존경스러울 정도다.
심지어 모 인사는 한 후보를 찾아와 “1만표를 보장해 줄 테니 20만달러를 달라”는 황당한 제안을 했는가 하면 “밀린 사무실 임대비를 대납해 주면 표를 끌어오겠다”는 뿌리를 알 수 없는 유령단체장이 줄을 잇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더욱 큰 문제는 선거열기에 편승한 선거꾼들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인사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풍부한 선거경험(?)을 갖춘 이들은 건전한 선거풍토를 유도하기보다는 한 표가 아쉬운 후보 예정자들의 심리를 적절히 이용하며 자기 이익을 채우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급조된 행사들이 줄줄이 열리고, 청첩장이 쏟아져 들어와 주말이면 3~4군데 결혼식장을 찾아다니느라 숨이 찰 지경이건만 어느새 “○○후보는 돈을 얼마 냈는데 모 후보는 이것밖에 내지 않았더라”는 얘기가 떠돌아다닌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출마자들의 주머니는 숨쉴 틈이 없다.
사무실 임대비와 홍보비, 직원 인건비도 만만치 않건만 플러스 알파(α)의 정도가 너무 엄청나 출마 당사자들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다. 모 출마자가 “당초 최대 40만달러를 순수 선거비로 예상했는데 지금은 20만달러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고 내뱉은 푸념이 실제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오죽하면 이번 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힌 4명의 총 선거비용이 100만달러를 훨씬 넘어 타운경기 회복에 큰 보탬이 될 것이란 우려와 조롱 섞인 경제전망마저 나올까.
선거는 공명정대해야 하고 불필요한 소모전이 돼서는 안 된다. 출마자들은 정책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하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탄생한 한인회장만이 한인사회의 존경을 받고 대표성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대책을 마련해야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발전적인 선거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기준 마련과 풍토 조성을 위해 말없는 유권자들이 힘을 보여줘야 한다. 또 출마자도 자랑스럽게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신념으로 꾼들의 유혹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특히 선거를 책임지는 선거관리위원회는 문제점들을 철저히 분석, 다음에 이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 마련에 나서야 한다.
‘한인회장 선거비 100만달러 시대’
이 거창한 말이 하나도 반갑지 않은 것은 한인사회의 시계가 자꾸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기 때문이다.
황성락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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