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중천’의 허준호
3개월 절에서 칩거 도중 영적 체험 경험 ‘중천’ 출연 단번에 OK… 여유 찾았어요
“이혼의 아픔을 겪은 뒤 인생이 달라졌다.”
영화 ‘중천’(조동오 감독ㆍ제작 나비픽처스)의 중국 헝디엔 촬영장에서 만난 허준호는 편안하고 넉넉했다.
허준호 하면 거친 터프가이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실제 모습은 푸근한 큰형님 같았다. 씩 웃는 털털한 웃음 속에 지난해 영화 ‘강력 3반’ 촬영 도중 부러진 치아의 잔해가 드러났지만 거기서 또한 여백의 여유로움이 엿보였다.
“살다 보면 전환점을 반드시 만나게 된다. 나 역시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괴로움을 겪었고 한동안 헤어나지 못했다. 자포자기의 심정에 빠질 즈음 ‘응답’을 들었다. 그때부터 내 인생은 새롭게 쓰여지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 10월 전처 이하얀과 이혼한 일을 두고 한 말이었다.
허준호는 당시 3개월 동안 절에서 칩거하며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했다. 못 마시던 술도 입에 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목소리’가 그를 다시 속세로 이끌었다. 흔히 말하는 신비로운 영적 체험이 그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제시한 것이다.
“사후 세계와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을 지니게 됐다. 그날 이후 종교나 영적 세계에 관한 독서에 흠뻑 빠져 지냈다. 예전에 느낄 수 없던 편안함을 찾았다.”
그러던 찰나 그를 찾은 작품이 판타지 무협 멜로 영화인 ‘중천’이었다. 이승과 저승의 중간 세계인 중천을 무대로 펼쳐지는 사후 세계를 다루는 작품.
그는 기획에 대한 이야기만 들은 뒤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O.K 사인’을 냈다. ‘중천’에서 허준호의 배역은 퇴마 부대의 우두머리 반추다. 천인(天人)이 지배하는 중천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살아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중천을 지배하도록 반역을 꾀하는 인물이다.
“어찌 보면 악역이다. 그러나 반추는 하고 싶은 일을 실천에 옮기는 인물이다. 죽이고 싶으면 죽인다. 대의를 거스르는 반추의 삶을 이승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켜 보여주고자 한다. 삶의 터전과 동료에 대한 사랑이 반역으로 이어지도록 설득력을 확보할 생각이다.”
허준호는 제작에 대한 욕심도 많다. 지난해 일본 뮤지컬 시장을 강타한 ‘갬블러’를 들고 중국 진출을 추진중이고, 연말엔 직접 기획한 뮤지컬을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 제작도 준비중이다. 어느 하나 만만치 않은 일이건만 물 흐르듯 여유만만하게 진행하고 있다.
“득도를 앞둔 도인 같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자 허준호는 “득도는 느껴지는 게 아니다. 어느 순간 조용히 찾아오는 것이다”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치렁치렁한 긴 머리에 넉넉한 표정까지 반쯤 신선이 된 듯한 분위기였다.
이동현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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