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A의 윌셔 이벨 극장에서 열린 한 기념 행사에 갈 기회가 있었다. 그동안 일하고 있었을 때는 혹 그런 기회가 생겨도 시간이 없어 갈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은퇴 생활을 하고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참석자들이 굉장히 많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되었고 중간중간 둥근 테이블엔 다과와 커피, 와인,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곧 이어 양식, 일식 등 많은 음식으로 뷔페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다.
양식으로 가는 줄은 별로 길지 않았지만 우리에겐 일식이 더 좋을 듯해서 그 쪽으로 서기로 했다. 그 줄은 정말 길었다. 줄도 굉장히 길었지만 전진 속도가 너무 느렸다. 음식을 그때그때 익혀 주고 있어서 사람들이 음식 익기를 기다리느라 그런 것 같았다.
조금씩 줄이 움직이는 데 따라 묵묵히 기다리고 있던 중에 바로 우리 앞에 있던 부부가 친구 부부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우리 쪽으로 돌아서서 친구부부를 자기 앞에 끼워 주겠다고 했다.
우리의 의사를 묻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신문 독자란에서 가끔 읽었던 새치기가 내 바로 앞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우리는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우리 뒤에 있던 분이 굉장히 불쾌해 하며 큰 목소리로 나무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네 사람은 모두 양쪽 귀를 집에 두고 왔는지 전혀 듣지를 못하는 것 같았다. 모처럼 즐거웠던 나들이가 씁쓸하게 끝나고 말았다.
김복현/리버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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