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시인·베다니교회 장로)
하늘이 높고 바다는 넓은데 솟구치는 애통 어디에 이를꼬, 바람결을 따라 먹구름에 닿으면 하늘을 덮는 소낙비가 되어 강산을 범람하리라 가슴을 찢는 통곡의 소리 땅의 열기를 이루면 골골을 깨우는 메아리가 되어 바람을 일으키리라.
되찾은 산천이 너무 사랑스러워, 다시 부른 내 이름이 너무 기뻐서 지축을 흔들던 해방의 노래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한데 두 세대를 곪아온 상처는 아물 줄 모르고 아픔만 깊어가니 이 일을 어찌하나-.
한 울안에 형제끼리 원수야, 괴뢰야, 백성이 서로 사맣도록 임금이 만들어 준 좋은 글로 형이 붙이고 아우가 부르는 외계의 방언 같은 소리, 형제의 피가 묻은 훈장을 달고 애국했다 뻐기는 우리 민족 형제의 죽음 앞에 승전가 부르는 한 가족 세상에 어느 민족이 이 모양이라던가 가슴
이 찢어지네 머리를 뜯으며 통곡하고 싶어라.
한 피 받은 백의민족 자랑도 많고 슬기도 있다는데 양심이 앉은뱅이가 되어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눈만 말똥말똥 성벽을 향해 키 재기만 하고 있네 인륜이 무너지는 소리에 산천이 흔들려 동서남북도 구분 못한 채 허공을 향해 헛소리만 지르고 있으니 어이고, 어이고 순국의 혈의 통곡
을 들으소서 동방예의의 조곡을 들으소서 황천을 뒤덮는 통곡을 신께서 못 들으시겠나이까.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즐거웠던 고을이 철벽 안에 이상 골짜기가 되어 사람을 섬기는 사당이 되어 있나니 눈 한번 크게 뜨시고 뜨거운 숨 한번 내쉬어 주소서.
모르드개의 통곡을 들으시고 에스더를 결단하게 하신 이여 우리의 통곡이 들리시면 뼛속에서 울려오는 북녘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소서 어두운 골방 이불 속에 숨어서 숨죽인 기도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소서 소리도 못 내는 찬양에 결단의 고백이 담겼나이다 죽으면 죽으리라 가다
가 죽어도 넘으리라 어름을 깨고 철책을 넘어 쏟아져 나오는 저들의 소원이 무엇이겠나이까 한 톨의 밥알 긴 한숨 한번 내뱉을 수 있는 자유 이제 그만 외면하지 마소서.
요시야의 통곡을 들으시고 재앙을 거두신 신이시여, 목청이 찢어져 통곡의 소리 다 토할 수 없어 손끝에 담아 올리니 높이, 더 높이 하늘에 오르게 하소서 고향을 등지려는 자 누가 있는가 못 견디게 배가 고파 살아서 돌아오리라는 기약만 남기고 한 번만이라도 배불리 먹으며 울음 터트릴 자유 한번 가져보자고 낯선 골목 돌고 돌면서 몸 망쳐가며 벌은 돈 창자 속에 감추어 오다 붙잡히면 구둣발에 창이 터져 토해 내야하는 이 아픔을 어찌할꼬 이 재앙을 어찌할꼬.
히스기야의 눈물의 통곡을 들으시고 일령표에 해의 그림자의 방향을 바꾸신 이여, 하늘만 보이는 계곡에 피골이 상접한 숯덩이가 주먹밥 한 덩어리에 명줄을 이어가며 죽지도 못하는 한을 외면하지 마소서 마병의 발자국소리에 숨소리도 못내는 신음소리를 외면하지 마소서 이제 그만, 이제 그만 저 철문의 자물쇠를 녹이소서 백성의 굶주림을 팔아 병기를 사고, 생명을 죽이는 마약을 팔아 핵을 만들어 하늘을 향하여 협박하고 추워 떠는 백성 앞에 스스로 태양이라 외치며 어두움만 안겨주는 자의 그림자의 방향을 바꾸소서.
오, 전능하신 신이시어 우리가 누구를 원망하리까 불쌍한 자가 불쌍한 줄 모르고 죄 지은 자가 자기 죄를 모르는 우리의 잘못인 것을- 자비하신 이여, 불쌍히,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를, 이 민족을- 아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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