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온 원로시인 김남조씨가 8일 미주문협 주최 강연회에서 “삶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진천규 기자>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있던 시인은 “보고 싶었다”는 말로 첫 인사를 건넸다. “내년이면 80입니다. 인생의 긴 그림자와 어줍잖은 인생, 800개의 시와 에세이 콩트 등 내 작품들, 그간에 부스러진 종이들과 남루한 업적들 모두 이끌고, 정말 노구를 무릅쓰고 여러분들이 그리워서 여기에 왔습니다.” 강단에 선 것이 송구스럽다는 시인의 인사가 오히려 송구스러운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그를 맞았다.
“내년이면 팔순인데…
남루한 800개 작품 남겨”
“삶을 사랑하자”로 결론
송상옥 회장 “은사”소개
8일 저녁 한국의 대표적 원로시인 중 한 사람인 김남조 선생이 강연회를 가졌다. 미주 한국문인협회(회장 송상옥)가 주최했고 ‘당신의 거울인 문학’을 주제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참석한 문인과 문학동호인들은 김남조 선생 자신의 표현처럼 “연인 같은 심정으로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송상옥 회장은 인사말에서 시인이 자신의 스승이라는 개인사를 말하며 “53년 전 고교 1학년 때 김 선생님이 국어교사이셨다. 흰색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모습과 첫 시집을 읽어주시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 이렇게 모시고 귀한 말씀을 들을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시인과 50년 지기라는 고원 시인도 “인간과 생명을 중요시하는 굉장히 서정적인 시를 쓰면서도 사색적으로도 깊은 내용을 담는 정말 뛰어난 시인”이라며 “앞으로 20년을 더 살자고 서로 약속했지만 LA에서 김 선생을 뵐 기회가 쉽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소중한 시간”이라고 인사했다.
강연은 문학을 주제로 진행됐지만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았다. 김 시인은 어머니처럼 혹은 큰누이처럼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람은 너무나 많은 선물들 속에 태어난다. 그 선물들을 받아 향유하며 자라지만 결국 하나의 선물을 두고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나의 경우 그 선물이 시인 것 같다. 다른 재주가 없으니 열심히 시를 써야겠다고 혼자 다짐하곤 한다.”
살면서 겪는 슬픔에 대해서도 “6.25전쟁 직후 한국에 온 미국기자에게 왜 왔냐고 물었더니 ‘슬픔에 굶주려서 한국에 충만한 슬픔을 먹으러 왔다’고 대답했다. 당시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경험담을 말하며 “당시 한국의 상황은 비참했지만 처량하고 남루한 슬픔이 아니었다. 그 기자가 보았듯 칼날같이 서슬푸른 건강한 슬픔이었다. 슬픔도 바로 이런 슬픔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인은 이날의 결론으로 “삶을 좋아합시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오늘 모인 여러분들이 내 이야기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서 삶을 귀중하게 생각하고 삶에 대해 감사했으면 한다.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하늘로 돌아가는 그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라고 모두가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남조 선생 ‘나의 시…’
펜클럽, 내일 문학간담회
펜클럽 한국본부 미주지역 연합회(회장 전달문)는 오는 13일 오후 6시30분 JJ그랜드호텔 2층에서 김남조 시인 방미환영 문학간담회를 갖는다.
김 시인은 이 자리에서 ‘나의 시, 나의 시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즐거운 고래’‘사막’‘노을’등의 시도 낭송된다. 회비 20달러.
<박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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