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베스트] MBC ‘닥터 깽’
시트콤 같은 대사·표정 분위기는 음울 ‘언밸런스’ · 호연도 겉돌기만 시청률 10%초반 머물러
웃음이 터져 나와야 할 상황인데 분위기는 더없이 진지하다. 연기자의 대사나 표정은 극단적인 코믹함을 추구하는 듯 여겨지지만 정작 화면은 무겁고 진지하게 흘러간다.
MBC 수목 미니시리즈 ‘닥터 깽’(극본 김규완ㆍ연출 박성수)이 보여주고 있는 양상이다.
조직 폭력의 세계를 떠나려는 건달 양동근(달고)이 의사로 위장해 조직 폭력배들의 위협을 피하고, 그 과정에서 여의사 한가인(유나)과 벌이는 해프닝은 심상치 않은 코믹함의 배경이 되지만 작품의 분위기와 영상은 음울한 느와르에 가깝다.
지난 13일 방송분에서 자장면을 배달시킨 양동근이 1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 자장면에 대해 투덜대는 대사나, 병원 입구에 자장면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은 대표적인 사례다.
시트콤을 연상케 하는 코믹한 장면이었지만 연출 분위기는 비장하기만 했다. 작가는 작심하고 코믹 드라마를 쓰고 있지만 연출자는 묵직한 느와르를 연출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작가의 집필 의도와 연출자의 스타일이 부조화를 이루는 단적인 모습이었다.
이는 ‘닥터 깽’이 방영 전 모았던 엄청난 관심에 비해 작품 초반 시청자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는 가장 큰 이유다.
‘네 멋대로 해라’ 이후 거의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양동근이 변함없는 열연을 펼치고 있지만 그의 호연은 작품에 녹아 들지 못하고 있다.
‘새색시’ 한가인도 예전과 다른 거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만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코믹과 느와르의 부조화 속에서 겉돌고 있다. 시청률 또한 5일 13.4%(TNS미디어 집계)로 출발했지만 하향곡선을 그려 10%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MBC 드라마국의 한 연출자는 “대본이나 연출 각각은 훌륭해 보인다. 그러나 작가와 연출자의 의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충돌을 일으키고 느낌이다. 전하고자 하는 의도나 메시지가 불분명해져 전체적으로 재미를 감소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했다.
박성수 PD는 ‘닥터 깽’의 기획 의도에 대해 “어둠의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한 남자의 필사적인 몸부림과 사랑을 웃음과 눈물로 버무려 내는 블랙 코미디로 그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작품 초반 박 PD는 웃음보다 눈물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연출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작품 분위기는 웃음 코드에 좀더 가까운 인상이기에 연출과 연기가 모두 겉돌고 있다.
‘닥터 깽’은 서서히 중반부로 접어들고 있다. 부조화가 계속되면 기대만 컸던 작품으로 남을 수도 있다. 모처럼 볼만한 드라마를 기대한 사림이 많았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이동현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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