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애 작 ‘관계’(Relationship·2006).
한영애 작 ‘만물정관개자득 사시가흥여인동.’
“팔순의 나이에도 붓끝에 기를 모은다”
전통의 미학 뛰어넘어 동·서양 조화이룬 작품 45점 선봬
22일~5월20일 샌타모니카 새라 리 아트웍스… 3번째 서집 발간도
팔순을 맞은 원로 서예가 한영애 선생이 22일∼5월20일 샌타모니카 버가못 스테이션의 새라 리 아트웍스(2525 Michigan Ave. T1)에서 개인전 ‘아트 오브 잉크’(Art of Ink)를 갖는다.
세 번째 개인전을 갖는 한 선생의 호는 ‘송연’이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소나무 같더라’는 뜻이다. 흙 한줌 없이도 강인한 생명력을 이어가는 소나무처럼 늘 씩씩하고 푸르게 살라는 바람을 담고 있다.
팔순의 나이에도 낙락한 소나무의 기상을 그대로 내뿜고 있는 송연 선생이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은 모두 45점. 힘찬 기운이 느껴지는 전통서예는 물론 파격이 주는 자유로움에 현대적 조형미가 물씬한 현대서예로, 특유의 문자향이 스며 있는 작품들이다.
“2000년 뉴저지 뉴왁 뮤지엄에서 열렸던 ‘아트 오브 잉크’ 그룹전 당시 관장이 제 작품을 표지사진으로 채택했었죠. 너와 나의 관계를 획으로 표현한 비문자성 작품이었어요. ‘이젠 시대가 바뀌어 전통만 고집할 순 없다. 서예의 범주를 넓혀가야 한다’는 지론이 인정을 받은 거죠”
송연 선생은 선과 여백, 필력과 묵향이 강조되는 전통서예의 미학을 뛰어넘어 동양과 서양의 만남, 전통과 창작의 조율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소수자, 일자성 한자를 창의적 개성을 살린 현대서로 쓴다든지, 종래의 먹, 종이만이 아니라 물감 등 다른 재료들을 혼합하여 채색을 가미하고 묵의 질감을 바꾸기도 했다.
“80평생을 돌아보면 삶은 만남입니다. 너와 나의 만남, 책을 통한 만남, 그리고 세상과의 만남 말입니다. 문방사우를 벗삼아 독서와 사색을 즐기며, 그때그때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를 중시하고, 책을 숙독하는 과정에서 글자의 맛을 알아 가는 것 모두 만남에서 비롯되는 희열이죠”
그래서 송연 선생의 화두는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관계’이다. 이번 개인전이 10년 전 한미박물관 ‘묵향전’으로 인연을 맺은 새라 리 관장에 의해 마련된 것도, 전시에 앞서 발간한 서집에 20년 지기 친구인 리처드 스트라스버그 UCLA 교수(아시아 언어·문화과)가 작품 해설을 쓴 것도 모두 만남에서 비롯됐다.
또, 미국이라는 아주 다른 세상을 만나 탄생한 작품도 있다. LA에서 흔히 보는 야자수를 사군자 그리듯 묵으로 표현한 서화 ‘종려나무’가 그것이다.
“10년 전 두 번째 서집을 출판한데 이어 올해 세 번째 서집을 발간하게 됐습니다. 70고개에 당도했을 당시, 서예에의 길이 무궁함을 깨달았다면, 팔순을 맞은 지금 ‘서의장락’, 서예에 뜻을 둔 사람은 나이를 더함에 즐거움이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한영애 개인전 ‘아트 오브 잉크’ 개막 리셉션은 22일 오후 5시30분에 마련된다.
문의 (310) 829-4938
■ 송연 한영애씨는 누구?
1926년 생으로, 48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개업을 했고 1966∼73년 서울여대 의대 교수를 역임했다. 1973년 도미한 이후 작고한 화가 한우식씨와 타운에서 한화랑(Hahn’s Gallery)을 운영하면서 서예와 동양화를 가르쳤고, 개인전 2회를 비롯해 수많은 국제전과 그룹전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전시활동을 펼쳐왔다. 한중일 서예교류협회 및 미주 한인서예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아메리카 소사이어티 아트 오브 잉크 이사, 미주 한인서예협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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