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광 스님(뉴욕불교사원연합회 회장)
오는 5월5일(음력 4월8일)은 부처님께서 사바세계에 오신 지 2550년 되는 날입니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이 좋은 계절에 부처님이 오심을 경축할 수 있어 더욱 기쁘게 생각합니다.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많은 불자님들께서 사찰에 나오십니다. 자주 나오시던 분들도, 가끔 나오시던 분들도, 혹은 전혀 나오지 않던 분들도 이 날만은 나오십니다. 모든 분들이 어우러지는 ‘만남의 날’이 되기도 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더욱 반갑고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평소에 생각하지 않던 “부처님이 이 사바세계에 오신 인연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보셨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승에 오시면서 제일 먼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셨습니다. “온 세계에서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하신 이유는 그대로 인간이 그만큼 존귀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반세기동안 이승에서 설하신 가르침은 중생이 부처를 낳은 모태이고 곧 부처 자체이며 인간 개개인이 갖고 있는 불성을 되찾아 부처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나 홀로 존귀하다 하심은 삼계의 모든 부처님이 빈부의 격차, 상하의 격차가 없이 모두가 존귀하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바로 평등입니다.
사람이 불성을 가진 부처이기 때문에 삼계의 부처님들과 같이 모든 사람들은 다 평등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부처님의 한량없는 자비의 가르침과도 상통하고 있습니다. 천지는 나와 둘이 아니며, 만물은 삼라만상의 근본입니다. 나와 남은 둘이 아니고 우주의 한 뿌리에서 생성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나와 너는 하나일 뿐입니다. 이 하나의 원리 앞에서 우리 모두는 우주의 주인이며 평등한 존재입니다. 이 평등을 올바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평화를 이룰 수가 없습니다.
이 지구에서 이 평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전쟁이 오늘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매우 우울하게 합니다.
내 것만 옳고 남의 것은 옳지 않고, 남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불행이 오늘을 사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최대의 문제가 아닐까요. 이러한 혼돈과 독선의 시대야말로 부처님의 평등사상, 인간존엄 사상이 빛나는 시대일 것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는 기쁜 자리에서 가슴 아픈 일을 상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디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을 계기로 우리 불자들, 그리고 나아가 모든 인류가 인간의 평등과 존귀함을 이해하고 마음에 새겨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길을 열어 가는데 힘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삼라만상의 중중무진 법계연기의 진리를 확철 대오한 삼세제불이 오신 날, 이 보다 더 좋은 날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가장 의미심장한 일대사 인연을 맺는 날이 될 수 있습니다. 석가탄신을 기념하는 부처님 오신 날, 우리 영원히 서로 존경하고 배려하는 고귀한 인간성을 길러가는 계기로 삼아 정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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