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솔린 값이 한 갤런당 3달러가 넘게 자리 굳힘을 하게 되어 웬만한 차의 한 탱크를 채우면 40여 달러가 되고 군인들 용 험비를 민간용으로 개조한 허머의 경우는 60달러가 넘게 되었다.
제너럴 모터스(GMC)가 빚에 허덕이고 세계 제일의 자동차 제조업체의 자리를 토요타에게 빼앗기게 될 운명에 처한 것도 몇 년전 1갤런 당 10마일 미만인 허머를 생산키로 한 GMC 경영진의 장래예측 능력부재 때문이다. 토요타에서 ‘프리어스’라는 ‘하이브리드’ 차종을 개발하여 인기를 누리는 것과 대조가 된다.
그러고 보니 우리 부부가 미국에 도착한 1964년 전후의 사정이 상기된다. 내가 먼저 스탠포드 대학이 있는 팔로알토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에게 쓴 편지에 차가 꼭 필요하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단돈 100달러를 바꿔 들고 도착한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었지만 조그만 도시의 대중교통 수단이 제대로 없기에 해본 소리였다. 아내는 버스를 타면 되지 무슨 정신 빠진 소리냐고 ‘일성 대갈’하는 답장을 보내왔다. 통학을 자전거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내가 몇달후 나와 합류하고 나서는 아내도 미국에서는 자동차가 발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곧 중고차 구입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 휘발유 값이 캘리포니아에서 한 갤런에 30센트 정도였고 싼 데를 찾으면 25센트 짜리도 있었다. 또 셀프 서비스란 단어나 개념조차 없이 주유소에 들어가면 모자까지 얌전히 쓴 종업원이 휘발유만 넣어주는 게 아니라 자동차 후드를 열어 엔진 오일과 물 등을 체크해주곤 했었다. 문자 그대로 서비스 스테이션이었던 것이다.
풀브라이트 재단에서 학비 말고 생활비로 한달 205달러 씩 주는 것으로 두 식구가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었다. 대학원 아파트가 50달러, 그리고 한달의 식비가 50달러 미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불 짜리 중고차를 하나 사기에는 벅찬 형국이었다. 아내가 자그마한 회사의 경리 보조로 취직을 했는데 당시의 최저임금인 시간당 1달러25센트 보다 그리 많지 않게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미국 전체의 경제수치를 보아도 현재와는 많이 달랐다. 1965년도 국민총생산 1인당 수입액이 2,773달러였다. 그리고 현재 1만1,000포인트가 넘는 다우존스 주가지수가 1964년 연말에 874.12에 불과했었다. 포드에서 머스탱이란 스포츠카가 출시된 해이기도 했는데 값은 3,000달러 내외였다. 미국 가정 수입의 중간수치는 6,917달러였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그해 선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이 당선되기라도 하면 핵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과장하는 흑색선전 끝에 백악관을 고수할 수는 있었지만 월남전의 확전은 이미 그해 8월에 있은 통킨만 사건에 따른 의회 결의안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든 다음이었다.
1964년의 획기적인 다른 일로는 우편번호(Zip Code)가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참, 우표 값은 5센트였다. 그해 최고 영화로는 렉스 해리슨과 오드리 헵번 주연의 마이 훼어 레이디가 아카데미상을 탔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1달러25센트인데 새 자동차 값은 3,000여 달러였기에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새 자동차 월부금 지불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집집마다 중고차 구입이 보통이었다. 일본차 토요타가 아마 그 무렵에 미국 진출을 했지만 값싼 차, 질이 나쁜 차, 사고 나면 으스러지는 차 정도로 인식되었으니까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선 것은 1981년이고 2004년에 가서는 3만2,937달러가 되었다. 그래서 중산층이면 집집마다 식구 수대로 자동차들이 있게 되었고 일본차가, 아니 이제는 한국차도 미국차 보다 더 품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물질적인 풍요가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것만은 아니다. 나중에 다루어보고 싶은 숙제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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