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자<수필가>
우리 집에서 창문을 내다보고 있노라면, 멀리 높은 산의 정상에 우뚝 서있는 수신탑이 보인다. 그곳은 ‘죤 스타인 백’이 어렸을 때에 자주 올라가 놀던 곳이기도 하고, 말년에 고향을 방문해 보니, 모두가 변해서 고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으나, 오직 한 곳에 옛모습의 흔적이 남아있던 곳이라던 그 Fremont Peak이다. 그곳은 State Park이기도 하고, 거기에는 별들을 관측하는 Observatory가 있는 곳이어서 별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하는 장소이다.
나는 아직 별을 보기위하여 집 가까이에 있는 그곳의 Observatory에는 가지않았다. Fremont Peak는 높은 곳이어서, 정상에 올라가면 멀리 있는 여러 도시들이 보인다. 특히 밤에는 도시의 명멸하는 불빛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아름다울 것인가. 도시의 화려한 불빛에 눌려서 별들이 그 자태를 감추고 있을 때에, 사람들은 더욱 멀리 불빛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별을 찾아 여행을 하기도 한다.
어쩌다가 별이 보이는 곳에서 밤에 하늘을 올려다 보면, 지금은 흐릿하게 보이는 별들 사이로 확실하게 나타나는 그림 하나. 앨범 속에 소중하게 간직 된 옛날의 사진이듯이, 잊지못할 추억이듯이, 그때의 밤하늘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전등불도 들어오지 않았던 시골의 마당에는 언제나 별들이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며, 강물처럼 흘러가던 은하수. 견우도 직녀도 북두칠성도 그 청량한 빛을 깜박이며 사람들과 늘 함께 있었다. 그리고 별똥별은 또 얼마나 많이 그 긴 꼬리를 끌며 떨어져 내렸던가.
별들은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수많은 별에 대한 이야기. 별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별은 길게는 수백만 광년의 거리를 지나서 우리의 눈에 보이게 된다는 사실. 그래서 때로는 부질없는 걱정을 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오늘 보고 있는 저 별이 오래전에 이미 소멸되었기라도 한 것은 아닐가. 우리가 보고있는 것이 사라진 별의 허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면… 혹은 오늘은 보이지 않으나 내일 갑자기 나타나는 별이 있다면… 그래서 더욱 신비로운 밤하늘의 세계가 아닐 것인가.
별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이제와서 우리가 누구를 탓할 수 있으랴. 차를 타고 멀리 멀리 가지 않아도 선명히 눈에 보이는 새로운 별빛들이 있다. 그것은 진짜 보다도 더욱 반짝이며 초롱초롱 빛나는 수많은 인공위성의 별같은 아름다움이며, 먼 여행에 더 할 수 없이 편리한 비행기의 불빛도 이제는 밤하늘의 낯익은 주인이 되어있다. 오리온, 시리우스, 카시오페아는 마치 옛동화처럼, 흘러간 노래처럼, 그냥 그렇게 아득한 모습으로 떠 있구나.
‘스타 워스’도 이제는 ‘옛날 영화’가 되어가고 있는데, 미래의 사람들은 언제쯤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하게 되려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은하수보다는 불랙 홀에 더욱 관심이 많아지는 이 시대를 살면서, 나는 가끔씩 창문을 통하여 Fremont Peak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 봄이 가기전에 그곳에 가 보아야한다고 마음먹는다. 지금은 바야흐로 무르익은 봄이며 State Park은 봄의 경치가 또한 그만이기 때문이다. 낮에도 아름답고, 밤에도 아름다울 것이다. 혹시라도 흐르는 별을 보게될는지 누가 알으랴. 그리고 성능좋은 망원경으로 별들의 자태를, 그 비밀을, 자세히 살펴본다는 것은 또 얼마나 신나는 일인 것인가.
맑은 밤, 별들이 보이는 밤에 새로운 마음으로 밤하늘을 바라본다. 거기에는 나의 꿈, 내가 보냈던 세월들도 긴 여행을 하고 있었다. 밤하늘은 여전히 아름답고, 기우는 달과 함께 시간이 흐른다. 사이좋게 손잡고 함께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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