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순 <목사.여성상담교육센터 소장>
내가 미국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느 집사님 집에 심방을 갔다가 의아한 적이 있었다. 그 집사님은 주일에도 일을 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1부 예배를 드리고 일을 가셨다. 그녀의 표정은 항상 피곤해 있어 볼 때마다 안 스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막상 그 집을 방문했을 때 집이 얼마나 큰지 한 집안에서도 서로 연락이 힘들어 인터폰을 사용할 정도였다. 수영장은 물론 극장까지 있었다. 가정부라고 하는 중년 부인은 일하느라고 지친 주인보다 훨씬 깔끔해 보였다. 그 집엔 대학생 아들과 남편이 살고 있었는데 그녀는 아침 6시에 수퍼마켓 문을 열고 온종일 장사를 하다가 9시면 문을 닫고 남편이 경영하는 노래방에 가서 12시까지 돌봐주고 집으로 돌아와서 잠 만 자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일을 나갔다. 쉬는 날이라고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뿐이었다. 가족과 마주앉아 식사한번 제대로 할 시간도 없는데 그 좋은 집은 왜 필요한가? 하긴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그녀 뿐이랴!
정말 미안한 표현이지만 마치 바다 속에서 어디가 어디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정신없이 허우적거리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리고는 “나는 너를 위해 살았다”고 말한다. “자녀를 위해 살았고, 남편을 위해, 아내를 위해, 그리고 가정을 위해 살았다”고 말한다. 이런 삶은 결국 자기도 잃고 가족도 잃게 되는 것이다. 엊그제 어느 한 자매가 상담실에 찾아와서 통곡을 하며 울고 갔다. 23년 동안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남편이 이혼하자며 손 지검을 했으니 그렇게 당한 그녀는 분해서 견딜 수가 없는 모양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남편의 말이다. 직장과 집밖에 모르고 열심히 살아온 자기에게 대들도 힘들게 하는 아내가 꼴도 보기 싫단다.
그들에게는 이미 우리라는, 가족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내 개인이 있을 뿐인 그 큰 집안에는 차가운 공기가 맴돌고 있었다.
사람들은 살아가는데 돈이 있으면 다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돈 버는 일에 주력을 하고 어느 정도 이루었다 싶으면 그것으로 자기의 실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나는 여기서 돈을 버는 것이 나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본질적인 문제를 접어두고 허공을 치
는 것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본질적이며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랑”이다. 그런데 자신의 자아상이 확립되지 못하여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상처투성이인 사람들이 그 상처의 치유도 없이 가정을 이루었으니 사랑하기는 커녕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서 상처주고 사랑이 미움이 되어 괴롭히는 것이다. “사랑은 허물을 덮는다”고 했다.
일단 상대방의 허물이 보이면 상대방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구나!”생각하면 올바른 판단일 것이다.
상담사역을 하시는 어느 목사님은 좁은 사택에 살면서 자녀들에게 공부방이나 변변하게 마련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니까 “아빠, 우리가 좁은 집에 사니까 가족끼리 더욱 친밀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건강하게 자라난 아이들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부모의 사랑 속에서 어려서부터 자족하는 법을 배우며 자란 아이들이다. 사랑으로 가정을 세우기 위하여서는 부모 스스로 올바른 자아상을 회복해야하고 먼저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아야 한다. 가정의 문제는 곧 나 개인의 문제기 때문이다.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를 이해하는 일
이다. 가정불화의 원인은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데 있다. 상대방에게 바라기보다는 섬김의 행복, 나눔의 행복을 아는 사람이 된다면 그 어떤 가정도 아름답고 행복하게 가꿀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돈으로 지은 집 보다 사랑으로 가정을 세우기 위하여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소박한 꿈을 안고 서로를 세워준다면 행복한 가정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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