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샌타크루즈 미대 교수로 판화작가로 쉴 틈 없이 바쁜 삶을 보내는 이지민씨. <진천규 기자>
UC샌타크루즈 미대 이지민 주임교수
‘보이지 않는 몸’전
디지털 인쇄 멀티미디어 작품 등 최첨단 기법 활용
판화, 혁신성 강한현대미술로 재탄생
앤드류 샤이어 갤러리에서 개인전 ‘보이지 않는 몸’을 열고 있는 판화작가 이지민(40)씨는 UC샌타크루즈 미대 프린트 미디어학과 주임교수이다.
2003년 수백대 일의 치열한 경쟁 끝에 교수로 발탁됐다. 미국과 한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펼친 왕성한 전시경력과 미지의 영역을 찾아가는 프론티어 정신 덕분이었다. UC계열의 미술대학은 연구소의 성향이 강해 그녀처럼 뉴 미디어에 도전하는 아티스트를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하는 그녀는 자신을 ‘손오공이 되어 시간을 넘나드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원래 판화의 속성 자체가 혁신이에요. 석판, 동판, 에칭 모두 그 당시에는 뉴 미디어로 취급됐죠. 제 작업은 그 흐름의 연속입니다. 새로운 표현가능성을 찾는 작업이랄 수 있죠”
그녀는 서울대 서양화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고, 일본 도쿄국립대학에서 판화계의 거장 타다요시 나카바야시와 판화작업을 했다. 그리고 95년 그녀는 판화의 전통성에 혁신성을 더하겠다는 의지로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석사과정에 다시 진학했다.
“10년 전 판화는 혼란기였어요. 디지털 세상에서 판화의 수작업과 약품 사용은 판화의 위기를 논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판화는 프린트 메이킹(printmaking)보다 프린트 미디어(print media)라는 개념이 지배하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되살아났죠”
판화라는 전통적 기법에 디지털 미디어 기법을 가미해 뉴 미디어를 창조하는 그녀의 작업은 특이하다. 2000년 전후로 사진기법에 컴퓨터가 도입된 것처럼, 그녀는 판화에 디지털 인쇄, 멀티미디어 작품 등의 최첨단 기법을 활용한다. 그녀가 고수해온 판화작업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작품 ‘욕조-죽음’(The Bathtub-Death·1995)을 보면 알 수 있다.
뉴욕의 퀸즈보로 커뮤니티 칼리지(QCC) 미술관 공모전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그녀에게 뉴욕 개인전을 안긴 이 작품은 검은색 종이에 하얀 잉크가 보는 순간 숨을 멎게 만든다. 제목에서 풍기는 어두운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지만, 작가가 느낀 ‘다시 태어남’(reborn)을 담은 작품이다. 일본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접한 새로운 세계. 그 당시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았다.
“작품 소재가 된 욕조는 서구적 스타일을 대변해요. 제가 살았던 당시 한국이나 일본에는 이런 모양의 욕조가 없었잖아요. 그리고, 몸을 욕조에 담그고 가만히 있으니 마치 ‘관’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요람’에 누워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죠”
기회의 땅 미국이 그녀가 집착해온 자기 세계를 펼치게 했고, 교수와 작가의 길을 병행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그녀는 마찰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새로운 방향의 모색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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