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아트
설치미술가 신경미
신경미는 경북대 의대 재학 중 도미, 샌호세 주립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가슴 한구석에서 불타고 있던 예술에 대한 열정이 과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아티스트의 길을 택하게 했다. 88년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90년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페인팅으로 석사학위, 95년 UC버클리에서 조각과 설치로 미술학 석사를 받았다. 현재 UC어바인과 칼스테이트 노스리지에서 미술 강의를 하면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대중매체 활용해 사회, 문화, 역사 영역까지 인식 확대
신경미 작 ‘해변’(Beach).
현대미술은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 중에서 설치미술(Installation)은 작품을 설명할 방도 찾기에 급급할 정도로 난해한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장르가 아닌가 싶다. 그 동안 미술의 자리를 굳게 지켜왔던 회화나 조각을 밀어내고, 색다른 진열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술. 다양한 장르, 인접분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개별장르의 고유성에 도전하는 설치미술의 이해를 도와주는 영 아트를 소개한다.
설치미술가 신경미. 설치미술이 중시하는 3가지 요소가 장소(site), 매체(media), 소통(communi-cation)이라면, 그녀는 대중 매체를 활용하는 설치미술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입체적이고 감각적이다. 사진 매체가 컷 아웃이란 기법을 만나 설치미술이 됐다.
그녀의 작품 ‘이라크 얼굴들’(Iraqfaces)은 부재의 실존이란 메시지를 전달하는 설치작이다. 거리를 꽉 메우고 겹겹이 앉아있는 군중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없다. 신문에 실린 사진에서 가위로 얼굴 부위를 모두 오려내 하얗게 만들었다. 사진에 찍힌 사람들의 성별이나 아이덴티티는 지울 수 있지만, 그들의 실재는 결코 지울 수 없음을 표현한 것이다.
“설치미술가의 초점은 3차원의 공간을 넘어서 사회, 문화, 정치, 역사적 영역으로 확대된 인식론적 공간이죠. 시각미술이 도외시했던 시간의 축에까지 관여하는 다차원적 공간이랄 수 있습니다”
2004년 샌디에고의 스캇 화이트 컨템포러리 갤러리 4인전에 출품했던 작품 ‘해변’(Beach·2003)도 마찬가지이다. 해변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카메라로 순간 포착했고, 이번에는 사람들의 전신을 모두 오려내 하얗게 만들었다. 대중매체의 이미지에 암시된 사회적, 심리적 연관과 문화적 영향력을 고찰하는 작품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사회에서 사진예술이 부상하는 건 현실과 일상성에 대한 새로운 관심 때문이에요. 원래 저는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관심사는 언제나 사진이었던 것 같아요. 또, 조각을 전공하다보니 사진과 조각의 관계에 머물게 됐죠”
지난달 에코팍 윈슬로우 갤러리에서 소규모 개인전을 가졌던 그녀는 올해 4회의 그룹전과 차이나타운 엘맨 갤러리(LMan Gallery) 개인전 준비 및 LA시 공공미술위원회로부터 위촉받은 라파에트팍 커뮤니티 센터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겨울 아프리카 가나에 스튜디오와 아트스쿨 공간을 마련했어요. 가나는 평화롭고, 주민들의 성향이 점잖고 친절해 밤에도 마음놓고 다닐 수 있어요. 가난하지만 굶어죽을 정도는 아니죠. 여름 방학기간 가나의 스튜디오에 묻혀 작업을 할겁니다. 그 곳에 있으면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죠”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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