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데 자네이루는 나폴리, 시드니와 함께 3대 미항의 하나로 꼽히는 도시다. 거대한 예수상이 있는 코르코바도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리우의 모습은 절경 그 자체다.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 해변의 곱고 새하얀 모래밭, 그 옆에 오뚝이처럼 솟아 있는 슈가로프 마운틴. 보사 노바나 삼바 음악 속에 이름조차 모를 열대 과일이 곁들여진 칵테일을 먹으며 이 경치를 보는 것은 죽기 전에 한번은 꼭 해봐야 할 경험이다.
그러나 이런 낭만적인 풍경은 리우의 한 면에 불과하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살인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대낮에도 관광객의 금품을 터는 강도들이 활개친다. 리우의 관광 명소에서 불과 몇 블럭 떨어진 곳에서 역시 세계적으로 이름난 빈민촌 파벨라가 있다.
몇 년 전 아바나 필름 페스티벌에서 우수상을 받은 ‘신의 도시’(City of God)란 영화를 보면 이 도시의 또 다른 실상을 볼 수 있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이 도시 빈민촌이 어떻게 악화되어 왔는지를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동네 아이들은 10살도 되기 전부터 전쟁 놀이를 한다. 말이 ‘놀이’지 놀이가 아니다. 이들이 든 총은 진짜 총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사람 죽이는데 이골이 난 이들은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 전혀 없다.
60~80년대는 브라질이 축구 강국으로 자리를 굳힌 시절이기도 하다. 1958년 펠레의 등장과 함께 첫 월드컵 우승을 기록한 브라질은 그 후 다섯 차례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독보적인 축구 강국의 위치를 구축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이 유력시된다. 브라질은 왜 축구를 잘 하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1억 8,000만 국민이 틈만 나면, 빈자리만 있으면 공을 차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축구를 못 하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하다.
그렇다고 브라질을 선진국이나 강국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만성적인 범죄, 걸핏하면 1,000%가 넘는 인플레, 최악의 AIDS 감염율, 극심한 빈부 격차 등 사회적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국민들의 제일 관심사는 여전히 축구다. 물론 축구 때문에 나라가 그렇게 된 것은 아니고 오죽 답답하면 축구에 그렇게 미치겠느냐는 동정론도 있겠지만 거기 쏟는 정성의 일부를 사회 문제 해결에 돌렸으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1930년 첫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한 우루과이(그 후 한 번 더 했다)나 브라질과 맞먹는 축구 강국 아르헨티나(두 번 우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제는 엉망이고 국민들 삶은 고단한데도 축구에만 목을 걸고 있다. 2030년 월드컵 100주년 기념대회가 예정된 우루과이는 벌써부터 그 준비에 바쁘다고 한다.
한국 경제가 남미와 닮아간다는 경고는 오래 전에 나왔지만 축구에 관한 한은 이미 남미를 추월한 것 같다. 월드컵 4강은 축하하고 기대할 일이지만 그것을 위해 온 국민이 밤을 새고 직장 일을 팽개칠 정도의 사건일까. 미국은 월드컵 만년 꼴찌지만 그렇다고 후진국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한국의 과도한 월드컵 열기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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