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구목사(호놀룰루한인장로교회)
내가 살고 있는 청명한 하와이 하늘만큼이나 아름다운 계절 탓인지, 요즘엔 주변으로부터 결혼 주례를 부탁 받는 일들이 무척이나 빈번해 졌다. 그런데 결혼식이야 예식 순서에 따라 하고 말면 될 일이지만, 그러나 일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 처음 시작하는, 이
처음 사랑의 마음을 간직하게 해줄 수 있을는지가 당면한 고민이다. 그것도 매번 똑같은 주례사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혼이란 사실 앞으로 많은 세월동안 변함없이 사랑하겠다는 사람들 간의 처음 약속의 출발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시작하는 세월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인생여정이고 보면, 특히 부부관계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자연적 생리인 것 같기도 하다. 처음 연애시절에는 참 듣기에도 민망한 사랑의 고백들도 많이 열거했었다. 가령 “자기는 먹는 것도 예뻐.” 또 결혼 초기에는 “좀 더 먹어.”...그러나 드디어 한참을 살고 난 다음의 이야기란? “넌 돼지같이 쳐 먹기만 하냐?”...
또 이런 얘기도 있다. 만남의 초반에는 상대가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게 되면, 과연 어떻게 반응했을 거라고 기억되시는지? 약국으로 얼른 뛰어갔다 오면서 “자기야, 여기 약 지어왔어. 집에 가서 이것 먹고 자고 나면 많이 좋아질거야”라면서 사랑을 확인했을 게다. 그 후 연애시절이
무르익어 갔을 때에는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라고 읍소라도 하였겠지? 비록 자기를 낳아준 부모님에게도 그런 말 한번 해본 적이 없지만.
그러나 드디어 결혼을 하고 과도기가 되었을 때는 “그러게 왜 내 말 듣지 않고 싸돌아 다니는거야. 에이, 약국에 가서 빨리 약 사먹어. 아이들에게 옮기면 어떡할 거야? 책임질 거야?” 그러다가 결혼의 권태기에는 당연한 듯이 뱉어내는 말, “어이, 음식에 콧물 떨어지잖아. 아니, 콧물을 도대체 어디서 닦는 거야? 무식하긴?”...마침내 결혼 20년을 넘기면 공통적으로 가라사대, “아까 당신이 입댄 컵이 어떤 컵이더라?”...이처럼 처음에는 “깜찍하기만 하더니 이제는 끔찍한” 상대가 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나, 이 이야기들은 지금까지 우리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처음 사랑을 간직하지 못하고 살아 왔다는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을 소개해주는 우스개 소리들이다. 그런 까닭에 결혼생활도, 부부관계도, 인간관계도 날이 가면 갈수록 더욱 좋아지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만이 진짜 인격자요, 훌륭한 사람인 게다. 이왕 한번 맺은 관계가 날이 가면서 점점 더 좋아질 수 있어야만 하지는 않겠는가?
한번 사는 인생이지만, 항상 처음 사랑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아름답다. 물론 날이 갈수록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야 더 아름답기만 하겠지? 그럼 날마다 이렇게 한번 외쳐보면 어떨까? “처음보다 더 잘해보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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