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전 열리는 시간 일하는 사람들… 식당·마켓·병원 등
한국과 스위스의 일전이 펼쳐질 23일 정오. 한인들의 눈과 귀는 온통 TV 앞에 쏠리겠지만 이 순간에도 일터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식당, 마켓, 병원, 택시, 은행 등 손님을 맞아야 하는 서비스 직종과 항공사, 학원처럼 정해진 스케줄 때문에 일 손을 잠시도 놓을 수 없는 업종에 종사하는 한인들은 어떻게 이 고민을 해결할까?
대부분 ‘응원’과 ‘업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스위스 전은 점심시간에 펼쳐져 식당 종사자들은 대표선수들 만큼이나 바쁜 90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호돌이 분식과 토방을 운영하는 윤병렬씨는 “웨이트리스는 서빙을 하며 틈틈이 경기를 즐길 수 있지만, 밖으로 나올 여유도 없는 주방 직원들은 소형 TV를 가져다 놓고 일을 할 것”이라며 “바쁜 만큼 팁 수입이 많기 때문에 직원들도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주방이 지하에 위치해 제빵사들이 TV 중계를 볼 수 없는 케익하우스는 출근을 앞당겼다. 평소 오전 5시에 출근하지만, 오늘은 새벽 3시부터 빵을 굽고 정오∼2시에는 빵을 안 만들 계획이다.
마켓도 정상영업을 하면서 직원과 손님이 함께 응원전을 즐기는 분위기다. 가주마켓 김태진 매니저는 “캐시어들이 계산대 앞 스크린으로 방송되는 중계를 보며 계산을 해 평소보다 속도가 느리지만, 모든 손님들이 이해를 해준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일을 뒤로 미루는 열성파들도 적지 않다.
박민석 산부인과의 경우 일부러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는 진료 스케줄을 잡지 않았다. 응급시에 대비해 의사와 간호사가 함께 병원에서 ‘대한민국’을 외칠 예정이다. 여름방학 SAT 수업이 한창인 닥터 양 교육센터도 아예 오늘 정오 클래스를 연기했다.
길벗택시 방모 사장은 “일단 축구경기가 시작되면 나도 흥분하고, 기사들에게도 미안해 본의 아니게 손님들의 콜을 못 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응원을 포기한 한인들도 있다. 서울행 낮 비행기 탑승수속을 진행해야 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공항직원들은 정상근무다. 공항 로비에 TV가 없고 라디오를 듣는 것도 불가능 하지만 고객 서비스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별다른 불만은 없다. 다만 TV 시청이 가능한 우수 고객용 라운지를 사용하지 못해 중계를 못 볼 일반 여행객에게 경기 진행상황을 알려줄 묘수를 찾느라 골치를 썩고 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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