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우리 해물 보김치
<’보김치’와 ‘통김치’ >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 중에 ‘보쌈(?)’이라는 음식이 있다.
이 희귀한 이름을 학계에서도 보쌈김치 등으로 부르는 것을 보면 음식용어 정도는 대수롭지 않다는 뜻인지 아니면 이미 일반화된 용어므로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국어사전에도 보면 보쌈김치 (保-) 배추 잎사귀로 휘 감아서 담근 통배추 김치, (준)쌈김치로 되어있다. 필자가 국어사전을 펼쳐보면서 반만년 역사를 가진 우리 식생활문화사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아 눈앞이 캄캄하고 답답했다.
식생활에 관련된 단어와 내용의 오류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1940년 홍선표가 쓴 ‘조선요리학’에 보면 그 당시 유명했던 통 김치 중에 경성(서울)의 육상궁 통김치와 개성의 보김치가 나온다. 육상궁 통김치는 경성의 방아다리 배추(백채 白蔡)로 담는데, 방아다리란 메뚜기의 일종이다, 배추의 생김새를 형용해서 붙인 이름이다. 방아다리 배추는 다른 배추보다 속이 잘 들고 맛도 좋지만 색깔이 희며 섬유질이 적고 김치를 담아 오래두어도 변치 않아 개성의 보김치와 비교할 수 없을 만치 좋으나 그 당시에 개성의 보 김치가 더 유명했다고 기록되었다.
<이름만 들어도 감칠 맛 나는 ‘개성보김치’>
개성 보 김치가 유명한 것은 개성배추가 통이 커 배추 잎사귀가 보자기와 같이 넓어 보김치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런 까닭으로 당시 보김치는 언제나 개성서 만들어 먹던 김치로 당시 음력 정초 명절과 4월 초파일을 전후해서 먹는 풍습이 전해져 내려왔던 것이다. 한편 개성 보김치는 통배추를 가로 두 토막 또는 세 토막 내어 배추 잎 사이사이에 낙지, 북어,
전복, 굴, 돼지고기 또는 쇠고기, 느타리버섯과 고명을 넓은 배추 잎으로 같이 싸서 독안에 차곡차곡 넣었다. 또한 통배추를 나박김치처럼 썰어 여러 가지 양념을 함께 버무려 배추 잎으로 싸서 독안에 넣어 봉하였다가 먹을 때 통째로 꺼내어 먹었다. 이 두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진 개성 보김치는 양념과 고명을 보에 싸기 때문에 향과 맛이 전혀 훼손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훌륭한 음식이다. 이렇게 훌륭하고 맛있는 개성의 보김치 또는 쌈김치를 우리의 패륜적 습속이었던 보쌈으로 불려 진다는 것은 우리의 고유한 전통음식을 모독하는 일이다.
<개성 전통음식을 훼손시킨 보쌈김치라는 패륜적 맛>
특히 요즘은 보의 형태도 없이 접시에 홍어삼합처럼 양념과 백김치, 돼지고기를 담아서 직접 싸서 먹도록 하고 이를 보쌈김치라고 부른다.
일부층에서 헛제사밥을 비빔밥으로 분류하는 것처럼 무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비빔밥은 비벼 내거나 비빔거리를 함께 담아냈을 때 비빔밥이지 전개형으로 차려 낸 것은 비빔밥이라 할 수가 없는 것이다.반상에 비빌거리가 나왔다하여 비빔밥이라 할 수 없는 거와 마찬가지다.
어쨌든 보김치의 형태도 변했지만 ‘보쌈김치’라는 이름은 음식용어로는 걸맞지 않다 할 것이다.이성우 교수가 마해송의 ‘보쌈김치’를 인용해 한국식품문화사에 적은 내용처럼 요즘도 그런 사람이 있지만 옛날에는 자식을 낳으면 사주팔자를 보는 일이 많았다. 생년, 생월, 생일, 생시를 사주라고 해서 그의 일생을 점하는 것이니, 잘 보는 사주쟁이면 어린 핏덩이를 놓고 사주로 따져서 일생의 운명을 적어서 내놓는다. 곧 어느 해에 경사가 있고, 어느 해에 모사가 있고, 몇 살에 어디서 죽는 다는 것까지 점쳐 놓는 것이다. 그런데 옛날 양반집 딸의 사주팔자가 한 남편을 종신하지 못한다든지, 신랑이 일찍 죽는 다든지, 두 번 시집을 가야하는 팔자라고 점이 나오면, 이때 보쌈이라는 흉측한 일이 벌어진다. 이른바 유괴살인이 일어난다. 하인을 시켜 밤거리에서 어린 총각을 낚아 오게 하는데, 보자기를 훌떡 뒤집어 씌우고 어깨에 매달고 온다. 귀한 딸, 팔자 사나운 딸의 액을 때우기 위하여, 유괴해 온 어린 총각에게 신랑의 옷을 입히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딸과 하룻밤을 같이 자게하고, 날이 새기 무섭게 어린 총각을 죽여 버리는 풍습인 것이다. 이로써 그 집 딸은 이미 과부가 되어 액을 때운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쁜 꾀에 걸리는 것을 ‘보쌈 걸린다’고 까지 한다라고 하였다.
우리의 고유한 전통음식에 이렇게 끔찍한 패륜적 풍습의 이름을 붙여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이제 부터라도 본래대로 개성의 보김치 또는 쌈김치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할 것이다.
<보쌈이라 하지만 삼합도 아니고....>
아시다시피 보쌈이든 개성 보김치든 배추 잎에 낙지 등 갖은 양념과 고명을 넣고 싸서 단지에 넣어 익혀 놨다가 먹는 것인데, 요즘 보쌈이란 것은 마치 삼합처럼 배추김치와 돼지고기 수육, 양념과 고명 등 쌈 할 거리를 접시에 담아내어 놓는다.원래 이 보쌈은 남한의 모 외식업자가 단순히 마케팅 차원에서 개념 없이 배추김치와 돼지고기수육, 양념 등을 접시에 홍어삼합처럼 담아 00 보쌈이라고 한 것인데, 학계 등에서 전혀 검증없이 이를 채택해 요리 책이나 심지어 사전에까지 채택되었으니 우리 식생활문화의 중심이 어디인지 부끄러울 뿐이다.
다만 필자는 이후 이 지면을 통해 ‘전통 개성보김치’와 어처구니 없지만 이미 일반화된 보쌈김치를 구별해서 취재를 할까 한다.
개성 석류김치
한편 개성의 보김치와 유사한 김치로 석류김치가 있다. 이 석류김치는 보김치 이상으로 맛이 좋았던 김치로서 무를 석류 모양으로 쪼개어 만드는 데서 붙여진 김치다.석류 김치는 무를 석류 모양 열십자로 칼집을 내고 벌려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보 김치와 같이 배추 잎으로 싸지만 보김치와 다른 것은 양념과 재료가 복잡하지 않고 담백한 것이 차이가 난다. <계속>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