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승리에 정의는 살아있다… MBC 우크라이나-스위스전 중계방송 논란
’고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하며 시청자들의 애국심을 한껏 자극하는 캐스터의 멘트, 감격스런 순간이면 으레 고막이 떨어질 듯 길게 이어지는 소리침. 국가대표 경기 중계방송에서 흔히 보던 풍경이다.
27일 새벽(한국시간)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스위스가 셉첸코를 앞세운 우크라이나와 8강 진출을 겨뤘다. 이날 MBC 중계방송을 은 서형욱 해설위원의 ‘어록’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 위원은 스위스에 아쉽게 패한 한국팀의 울분을 달래듯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바라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서 위원 ‘어록’에는 스위스의 핸들링 파울과 관련 자신들은 핸들링 반칙 여러 번 했으면서 뭘 저런 걸 따지나요 오늘 스위스 선수들의 손은 발과 다름없습니다 등 핸들링 파울을 비꼬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와 함께 이번 월드컵이 독일 월드컵이 아니라 스위스 월드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등 스위스 출신인 블래터 피파 회장의 영향으로 인한 심판들의 오심 논란을 꼬집기도 했다. 또한 스위스 이런 팀이 8강 올라가면 진짜 체면이 말이 아닌데요 스위스는 이길 뜻이 전혀 없네요. 한국을 떨어뜨리고 나서 고작 이런 경기를 펼치다니… 등 수비 위주의 경기 내용을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끝나자 서 위원은 오늘 경기 정말 재미없게 만들었던 스위스, 심판을 받습니다라며 정의는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우크라이나의 완승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중계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대부분의 네티즌은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듯한 중계방송에 쾌감을 느끼며 속이 후련하다 인간적이고도 통쾌하다 해설은 이렇게 하는 거다 등 환호를 보냈다.
반면 일부에서는 공정하지 못했다며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ALANA1985)은 우리나라가 그 팀에게 졌다는 이유로 비난하고 지기를 바라는 발언은 매우 전문가 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스위스가 못하면 비난하고 우크라이나가 못하면 별말 없는 해설은 또 다른 문제점이라며 편파적이고 차별적인 색안경을 낀 해설이었다고 중립적인 해설을 요청했다.
영국 유학파 해외 축구 전문가인 서 위원은 평소 해외 축구에 대한 해박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차분한 중계방송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런 그 역시 이날만큼은 애국심 앞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던 것.
한편 한국-스위스전 당시 논란이 된 스위스의 오프사이드에 대해서는 각 사 해설자들이 다른 판단을 내린 가운데,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설명한 SBS 신문선 해설위원이 네티즌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월드컵이든 올림픽이든 국제 경기에서 어느 정도의 ‘애국주의’가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다. 그렇지만 응원단이 아닌 해설진이 무조건 애국심에 호소할 수는 없다. 누구보다도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판단 하에서 애국심을 적절히 접목시키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듯하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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