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화가들이 작업실을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화가들의 거리로 파리에 몽마르뜨 언덕이 있다면 뉴욕에는 맨하탄 센트럴 팍이 있다.
창작과 예술의 도시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센트럴 팍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거리 화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뉴욕 시민들의 오아시스라 불리는 센트럴 팍의 59가 초입에 들어서면 스케치북과 이젤을 들고 앉아 있는 화가들이 눈에 띈다. 거리 화가들이라면 돈 없는 화가들을 연상시키지만 센트럴 팍을 찾는 화가들 중에는 뉴욕 화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중견화가들도 있다.
센트럴 팍에는 많은 중국계 화가들이 자리하고 있으나 주말이면 한인 화가들도 이곳을 찾는다.정해진 구역이 없고 등록을 요하지 않기에 자리를 펴고 앉으면 그곳이 그림을 그리는 곳이다.
센트럴 팍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초상화를 그리는 한인 화가들은 대략 10 여명에 이른다.회화, 설치, 비디오, 드로잉 등 저마다 작업의 형태가 다른 이들 한인 화가는 주말이면 센트럴 팍에서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빠른 손놀림으로 스케치북에 담아낸다.아침 일찍 자리를 잡아 해질녘까지 많게는 20여명을 그린다고. 초상화를 그리는데 걸리는 시간
은 10~15분정도. 수입원을 이유로 처음 공원을 찾지만 자연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작품의 영감을 얻기도 해 센트럴 팍을 떠나지 못하는 화가들도 있다.
화가 김희수씨가 주말을 이용해 센트럴 팍에서 그림을 그린 지도 4~5년. 한국에서 화려했던 작품생활을 접고 뉴욕으로 건너온 김씨는 태생적 인간 사랑과 맨하탄 정글에서의 야수적 체험을 다양한 인종을 모델로 해 작품 속에서 토해낸 작업을 선보였던 작가이다. 뉴욕에 오기전 한국에서 8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샌디에고 101인 작가전, 인터내셔널 센터 회원전, 한·중교류전 등 여러 국제전, 예술의 전당 해외 청년 작가전 등을 다수 전시회를 가진 중견 화가이다. 그가 뉴욕에서 작업하던 초창기 회화작품에는 맨하탄 빌딩숲을 음습한 아프리카 밀림처럼 표현하고 그 위 하늘에는 다중의 얼굴을 한 사람이 등장한다. 센트럴 팍 등 뉴욕시 곳곳에서 만
난 사람들을 통해 인간백화점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산다는 상징적 의미의 작업을 보여준 바 있다. 그는 “문화적 배경이 다른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영감이 떠올라 작업에도 영향을 준다”며 “사람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뉴욕의 설치화가 홍찬희씨. 뉴욕 시립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5차례 이상의 개인전을 열었고 파리 개인전도 여러 차례 가졌다. 수많은 인종이 모여 사는 뉴욕에서 함께 어우러진 사람들의 모습과 선과 악이 공존하는 모습들을 둥근 레코드판에 담아낸 홍씨가 센트럴 팍에서 그림을 그린 지도 2년 반. 그 역시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기독화가로 활동하는 이휘승씨 경우 주중에 센트럴 팍에서 그림을 그린다. 중국인 화가들이 자리 잡은 센트럴 팍 이스트 쪽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그는 96년부터 센트럴 팍에서 그림을 그린 오랜 베테랑이다. 그러나 센트럴 팍 한인 화가 대다수에게는 거리화가란 호칭이 달갑지 않다. 일부에서 ‘초상화나 그리는 화가’라든가 ‘예술을 팔아먹는 화가’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편견이 어떻든 예술가들의 도시이자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이 존재하는 정글숲과 같은 뉴욕에서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거리 화가들에게 센트럴 팍은 자유로움을 누리고 사람들과 호흡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김진혜 기자> j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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