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ough to Say It’s Far’
UC 버클리 신지원 교수 번역
‘한’ 등 대표작 60여편 실어
시인 박재삼(1933∼1997)은 한국인 특유의 정서인 ‘한’을 시로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을 듣는다. 어떤 이는 그것이 한이 아니라 ‘설움’이라고도 한다. 박재삼은 식민지시대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냈다.
그러다가 다섯 살이 되던 해 어머니의 고향 경남 삼천포로 돌아와 유년기를 보낸다. 하지만 고국에서의 생활도 가난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고 그의 인생에서 풍요와 행복이라는 것은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그의 시에서 한 또는 설움이 주를 이룬다.
박재삼 시인의 시가 영어로 번역돼 나왔다. ‘Enough to Say It’s Far’(아득하면 되리라, 프린스턴대학 출판부)에는 ‘울음이 타는 강’(Autumn River in Burning Tears), ‘한’(Han), ‘천년의 바람’(Thousand-Year Wind) 등 박 시인의 대표작 60여편이 한국어와 영어로 실려 있다.
번역은 UC버클리 신지원 교수(동아시아 언어문화학)와 하버드대 데이빗 매케인(David R. McCann) 교수가 맡았다. 번역자들은 박 시인의 영전에 시집을 바친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문학을 번역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터. 신 교수는 “내가 초역을 맡고 매케인 교수가 점검하는 식으로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 서정시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Enough to Say It’s Far’는 프린스턴대 출판부의 록커트 라이브러리(Lockert Library of Poetry in Translation)에 출판됐다. 록커트 라이브러리는 외국시 영어 번역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는데 이 곳에서 출판됐다는 사실이 시 자체의 문학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신지원 교수는 “한국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교재가 될 뿐 아니라 시 자체로도 널리 사랑을 받았을 좋겠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신 교수는 하버드에서 조선 후기 도시지역 및 20세기 초 근대 한국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신 교수의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였던 매케인 교수는 소월시 전문가로 현재 하버드대에서 한국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박재삼 시인의 영시집 가격은 14.95달러(페이퍼백)이며, 미 전역의 대형 서점과 아마존 닷컴(www. amazon.com)에서 판매하고 있다.
<정대용 기자>
공동번역자 신지원 UC버클리 교수.
박재삼 영·한 시집 ‘Enough to Say It’s Far’(아득하면 되리라) 표지.
■박재삼 시인은…
한국 서정시의
맥 잇는 작가
소월과 영랑 그리고 미당 서정주 다음으로 한국 서정시의 맥을 잇는 시인으로 일컬음을 받는다. 193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1937년 모친의 고향인 삼천포로 귀국하여 고려대학교 국문과에서 수학했다. 1953년 ‘문예’에 ‘강물에서’, 1955년 ‘현대문학’에 ‘정적과 섭리’가 추천되면서 등단했다. ‘춘향이 마음’‘햇빛 속에서’‘천년의 바람’‘어린것들 옆에서’‘해와 달의 궤적’등 15권의 시집을 냈다. 가슴속에 가라앉은 슬픔과 비애가 예술적으로 묘사돼 있으며 토착색 짙은 구어체를 채택하여 친숙하고도 은밀한 대화, 독백의 세계를 창조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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