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필자가 다니는 교회의 찬양곡 가사에 환난(患難)이라는 어휘가 나왔다. 이것을 어떻게 발음하느냐를 놓고 성가대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는데(이 얼마나 건강한 일인가), 나는 활란 을 지지했었다. 환난의 난(難)자를 임진왜란의 란(亂)자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아침 생각이 나서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환난의 난자는 고난, 수난의 어려울 난(難)자였다. 따라서 활란이 될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란(亂)이었다면 환난이 아니라 환란이라고 표기했어야 맞다. 환난은 환:난이라고 발음해야 하며 비슷한 예로는 신념(信念), 간난(艱難) 등이 있다. 실렴이 아니라 신념이라고 발음해야 하는데 상당히 많은 분들이 쉽게 실렴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간난신고(艱難辛苦)의 간난을 갈란이라고 발음하는 분은 다행히(?) 별로 없는 듯 하다.
환난과는 달리 변란이나 반란은 어지러울 란(亂)을 쓰며, 별란, 발란 으로 발음해야 한다. 이것이 자음접변이다. 어렸을 적 어른들이 국가세력에 반하여 무력을 일으킨 무리를 가리켜 발란군 이라 하셨는데, 그분들은 제대로 발음하셨던 것이다. 국어사전에는 자음접변의 영향으로 발음이 달라지는 경우 괄호에 친절하게 읽는 법이 표시되어 있다.
난(難)은 두음법칙을 적용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래서 어두에 오더라도 난제, 난국 등으로 쓴다. 어떤 난자이든 두음법칙에 따라 안자가 되는 경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염두, 염려 에서 보듯 념(念)자가 어두에서 염으로 바뀌는 것과는 다르다. 란은 당연히 두음법칙에 의해 어두 에 오면 난으로 바뀐다. 난중일기(亂中日記), 난리(亂離), 난무(亂舞) 등이 그 예이다.
그렇다면 혼란은 어떨까? 혼난이라 쓰지 않는 것처럼 어려울 난(難)이 아니라 어지러울 란(亂)을 쓰기에 흔히 읽는 대로 홀란 이 맞다. 지금도 미국은 이라크와 이스라엘은 주변국들과 전쟁을 하고 있어 중동은 목하 난중이다. 란(亂)이 난(難)하니 세상을 ‘홀란’스럽게 하고 있다.
서공렬 <콜럼비아,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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