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브루클린 팍의 시아파 무슬림 커뮤니티의 설립자인 후세인 와지(54)는 이 커뮤니티의 첫 회교성전 건축을 감독했다. 와지는 성전에 청년센터를 추가했다. 강당도 지었다. 신도들은 와지의 결정이 매우 현명했다며 그를 존경하고 있다. 와지는 내친 김에 미네아폴리스 교외에 너싱홈을 지을 계획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구상에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와지의 가족들조차도 반대의견을 갖고 있다. 와지의 구상이 지나치게 ‘미국식’이라는 게 반대 이유다.
“부모 모셔라” 코란 가르침 전통적 해석
너싱홈에 맡기면 부모에 불효, 신에 거역 인식
일부 맞벌이 무슬림들 전통·종교와 현실 딜레마
미네소타 한 너싱홈 90명 중 무슬림 단 1명뿐
와지의 사촌인 모하메드 렘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렘툴라는 와지의 너싱홈 건축에 반기를 들고 있다. 무슬림의 문화에 맞지 않는다며, 부모를 너싱홈에 보랠 수 없다고 했다.
정신없이 바쁜 미국 생활 속에서 무슬림 이민자들이 겪는 딜레마 가운데 하나이다. 시간 없는 자녀들이 질병을 앓고 있는 노부모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적지 않다. 이 경우에 대비해 노부모를 너싱홈에서 돌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와지의 취지다. 하지만 현실은 와지의 생각을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무슬림 커뮤니티 리더들도 이 이슈로 공방이 치열하다.
라멧과 아내 사다 칸은 캘리포니아 호손지역에 방 6개짜리 너싱홈을 차렸다. LA 지역 무슬림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펼쳤다. 무슬림 노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마련하고 기도실도 준비해 놓았다고 선전했지만 결실은 미미했다. 아니 전혀 없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너싱홈 이용자는 기독교도 2명, 불교도 1명뿐이다. 회교도는 0명이다.
무슬림들은 노부모를 직접 집에서 모시지 않고 너싱홈과 같은 곳에 보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노부모를 돌보아야 한다는 코란의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무슬림 너싱홈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와지는 “변화는 어렵지만 불가피하다”고 했다. 와지는 “노부모를 집이 아닌 다른 곳에 보내지 않으려는 무슬림들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너싱홈이 회교성전과 직접적인 연계를 갖고 있을 경우 생각이 조금씩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오하이오에서는 무슬림들의 연합체인 이슬람 센터가 회교성전 근처에 노인아파트 건설안을 승인했다.
디트로이트의 헨리 포드 병원에서는 무슬림과 아랍 주민들을 위해 이들의 종교적 색채를 고려한 프로그램을 가미했다. 이들이 기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설을 마련했다. 하산 사나와니 박사는 “무슬림들은 노부모를 사랑한다는 뜻으로 집에 모시고 있길 원하지만 정작 이런 상황으로 인해 노부모들이 제대로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이민 온 1세는 그렇다하더라도 2세, 3세들은 미국화 돼 있다. 그리고 부부가 맞벌이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이 곳 상황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 그러니 노부모를 집에서 세세하게 보살피기가 힘들다. 게다가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각종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만성질환인 경우에는 자녀들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코란이 노부모를 어떻게 모셔야 한다는 구체적인 사항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노부모를 어린 자녀와 마찬가지로 잘 보살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가르침이다. 그러니 너싱홈에 노부모를 보내는 게 무슬림들에게는 ‘몹쓸 짓’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무슬림들은 노부모를 잘 모시지 못해도 집에 모시기만 하면 너싱홈과 같은 외부시설에서 매우 좋은 보살핌을 받게 하는 것보다 낫다고 여기고 있다. 와지의 처갓집 가족들은 최근 힘든 결정을 내렸다. 와지의 장모 제라 수케디나(75)를 너싱홈에 보내기로 한 것이다. 와지의 아내는 어머니를 너싱홈에 보내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그나마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간주했다.
브룩클린 팍 인근 마라나타 너싱홈에 머물고 있는 수케디나는 자신을 찾은 가족들에게 “그래, 잘 있다”고 했다. 수케디나가 지내는 너싱홈에는 90명이 있다. 그러나 무슬림은 그녀뿐이다. 아직도 무슬림 커뮤니티의 인식이 너싱홈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증거이다.
수케디나는 현재의 생활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다. 회교는 여자가 남자로부터 간호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너싱홈에는 남자 간호사들이 있다. 수케디나도 남자간호사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종교적으로는 금지돼 있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아침에 일어나면 너싱홈에 마련된 기도실에서 조용히 기도한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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